독일에서 간성(間性, intersex)에게 향후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입법돼 오는 11월 1일부터 발효된다.
간성은 의학적 통계상 2천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사실 매우 빈발하는 현상 중 하나다. 예를 들면,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모두 갖고 있다든지, 생식기는 남성인데 유전자는 여성유전자(XX)를 갖고 있다든지, 혹은 반대로 여성의 몸을 갖고 있지만 유전자는 남성(XY)이라든지 한 경우로, 어떤 의미에서는 유전적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자기 성정체성의 왜곡 혹은 혼란 등으로 성전환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로,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현상이다.
한 예로,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8백미터 부문에서 우승한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 선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체형 등에서 남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유전자 성별 검사를 한 결과, 생식기는 여성이지만 유전자는 남성인 간성으로 밝혀진 바 있다.
간성이 우리 주변에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 찾기 힘든 이유는, 태어날 당시 외과 수술로 이 점을 교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간성이 외적으로 보이는 생식기의 성별을 따라 성정체성을 확립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 사춘기 후 외적으로 보이는 성별과 유전자가 달라 2차 성징이 판이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그 성별에 따른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식으로 이를 극복하곤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간성은 외과 수술로 성별을 결정한 후, 이를 출생증명서에 기록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주장에 따라, 출생증명서에 남성이나 여성을 기록하지 않고 나중에 아기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직접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단 출생증명서에 성별이 기재되면 나중에 수정하기가 어렵고 수정하더라도 기록이 남아 당사자의 인생에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어린이의 성별이 남성이나 여성으로 규정될 수 없을 때, 이 어린이는 자신의 출생증명에 그것을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 내무부는 "갓 태어난 아기의 성별을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부모들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 독일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최소 150여 명의 간성이 태어나고 있으며 약 8천명에서 1만명이 자신의 성별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간성을 돕는 한 단체는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은 간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성별을 선택함에 있어서 육체적, 호로몬적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독일의 이 법이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를 위한 제3의 성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내무부는 "간성은 성별을 기록하는 공간이 비어 있으며 추후에 남성이나 여성으로 기재하기 때문에 제3의 성별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동성애 지지 그룹은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다. 그러나 충분하진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번 변화가 동성애를 옹호, 지지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