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저명 신학자 톰 라이트(N. T. Wright)가 질문을 던지는 책(「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과, 신학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책(「예수, 바울, 하나님의 백성」)이 각각 나왔다.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낳는 법. 다작(多作) 속에서도 질문과 대답을 멈추지 않는 신학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
톰 라이트 | 윤종석 역 | 두란노 | 364쪽

2천 년 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고 물으셨다. 21세기를 사는 톰 라이트가 다시 묻는다. '그 분은 정말 누구였느냐'고. '톰 아저씨'는 이 단순한 질문으로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에서 독자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1세기 팔레스타인으로 이끌고 들어가, 소위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분은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셨는가? 그분이 하신 일과 말씀은 무엇인가? 그분은 왜 죽으셨는가? 과연 죽음에서 부활하셨는가? 그 일이 어떤 의미이며, 왜 중요한가?" 원제는 'Simply Jesus'. 전작(前作)인 'Simply Christian(톰 라이트와 함께하는 기독교 여행·IVP)'에 이어 지은 것이다. 제목처럼 '심오한 예수를 단순하게 소개하려는 의도(이동원 목사 서평)'가 녹아 있다.

"예수는 여태 교회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더 불편하게 하고, 더 시급한 분이다. 정말 잘 보면 그 예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27쪽)." 하지만 그는 단지 '어제의 예수'를 고고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게 아니다. 어제를 통해 '내일', 즉 하나님의 궁극적 미래에서 예수는 누구일 것인가를 살피고, '어제와 내일의 결합'을 바탕으로 우리가 '오늘' 예수와 관련해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방식들을 제안한다.

저자는 예수에 대한 앞의 질문들이 '종교'나 '영성'에만 아니라 삶의 전 영역, 세계관과 문화와 정의와 아름다움과 환경과 우정과 학문과 성(性) 같은 인간의 모든 활동 분야에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분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보면 나머지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이후 그는 복음서의 배후를 캐지 않고 '복음서 안으로' 직접 들어간다. 우리 대부분에게 예수의 세계는 낯선 외국이었고 그분의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 달랐기 때문에, 예수님이 '마치 자신이 왕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셨음을, 그분이 당시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신앙의 광풍 한복판에 서 계셨음 등을 놓치게 된다는 것.

이러한 속에서 21세기 독자들은 '예수는 신화'라는 회의론과 '그 신화들은 모두 사실이며 기적'이라는 보수주의(신뢰론)의 두 폭풍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예수님도 그 둘에 갇혀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의 3년간 짧은 행적들을 다시 기술하면서, 이 모든 이야기들이 성경의 '하늘'과 '땅'이 물과 기름처럼 서로 밀어내고 갈라지는 곳이 아니라 서로 겹쳐지고 맞물려 있음을 뜻한다고 밝힌다.

"세상 속에 새로운 능력이 방출됐다. 그 능력이 깨진 것을 고치고, 병든 것을 치유하고, 잃은 것을 되찾는다." 부활의 주제가 예수께서 새로운 창조의 원형이 되신 것이라면, 승천의 주제는 그분이 왕좌에 앉아 이제 다스리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성령을 보내셔서 친히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 안에 강력히 임재하셔서, 우리를 통해 당신의 사역을 계속하신다.

◈신학자들이 묻고, 톰 라이트가 답하다

예수, 바울, 하나님의 백성

니콜라스 페린 등 | 최현만 역 | 에클레시아북스 | 374쪽

'톰 라이트' 전문 출판사인 에클레시아북스가 펴낸 「예수, 바울, 하나님의 백성」은 지난 2010년 휘튼대학교 신학 컨퍼런스에서 성경학자 및 신학자들이 톰 라이트의 광범위한 저작을 재고하는 컨퍼런스를 가진 데서 나왔다. 일종의 '기념 논문집'이지만, 비판적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편집은 라이트의 연구조교(2000-2003) 출신의 니콜라스 페린(Nicholas Perrin)과 「신학의 윤리적 비전」을 쓴 리처드 헤이스(Richard B. Hays)가 맡았다.

전반부는 '역사적 예수'를, 후반부는 '역사적 바울'을 각각 논의하고 있으며, 각각의 마지막에는 톰 라이트가 '교회의 삶 속에서' 역사적 예수와 바울의 연구, 그 발자취와 전망을 다룬 글을 실었다. 라이트는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각 학자들이 쓴 네 편의 글에도 모두 답변(또는 논평)을 달아놓았다.

1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글은 '친한 친구 집단을 넘어서: 예수와 하나님의 정의'이다. 공동 저자인 실비아 키이즈마트(Sylvia C. Keesmaat)와 브라이언 왈시(Brian Walsh)는 라이트가 말한 빈곤의 문제를 대화하듯 기록했다. 가수 겸 작곡가인 옥스(Phil Ochs)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의 대화는 마치 랩을 듣는 듯하다. 둘은 라이트가 빈곤 문제에 대해 발언하기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예수상에 호감을 표시하지만, 예수의 사회경제적 비판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다고 느낀다. 톰 라이트는 "이렇게 대화 형태로 된 논문을 읽는 건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라며 "지금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를 다시 쓴다면 처음 집필할 때보다 경제적 이슈를 더 부각시킬 게 분명하지만,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예수의 왕국 명령은 그저 친한 사람들 뿐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제안들로 번역돼야 한다"고 답한다.

2부에서 가장 '도발적인' 주제는 옥스퍼드 교수인 마커스 보크뮤엘(Markus Bockmuehl)의 '바울은 죽었을 때 천국에 갔을까?'이다. '죽음 이후의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 after death)'이라는 톰 라이트의 유명한 글귀에서 착안한 이 글은 "육체의 부활을 긍정한다면, 성도들이 죽을 때 '천국으로 간다'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믿음을 부정해야 한다"는 톰의 확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라이트는 이에 대해 먼저 그러한 전통적 신앙을 거부한 적이 없음을 밝히면서 "영구적으로 천국에 머문다는 생각은 정말로 부활과 새 땅을 배제하며, 대조적으로 부활에 대한 믿음은 불멸성이라는 선물이 필요한, 육체 없이 살아남는 기간을 실제로 수반한다"고 말한다.

편집자이면서 기고자인 니콜라스 페린은 "우리는 하나님께서 신학계와 교회에, 그리고 우리에게 라이트를 보내주심으로써 베푸신 은총에 감사드린다"며 "그가 나름의 갖은 노력을 통해 현재의 확신에 도달했다는 톰의 주장이 우리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우리가 그 주장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