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구멍난 거룩

케빈 드영 | 이은이 역 | 생명의말씀사 | 224쪽

'거룩(Holiness)'에 구멍이 났다?

미국의 차세대 목회자로 주목받고 있으면서, 「왜 우리는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사랑하는가」, 「왜 우리는 지역교회를 사랑하는가」, 「왜 우리는 이머징교회를 반대하는가(이상 부흥과개혁사)」 등을 쓴 케빈 드영(Kevin Deyoung) 목사의 주장이다.

지난해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올해의 책'으로 뽑힌 「그리스도인의 구멍난 거룩(The Hole in Our Holiness·생명의말씀사)」 속 내용은 올해 초 나온 「하나님의 거룩하심(지평서원)」을 읽는 듯하고, 책에서는 제임스 패커의 「거룩의 재발견(토기장이)」이 자주 인용된다. 제목만 보면 3년 전 나온 리처드 스턴스의 「구멍난 복음(홍성사)」이 연상된다. 부제는 '복음에 대한 열정과 거룩한 삶의 간극 메우기'.

저자는 이 시대의 '거룩'이 마치 '캠핑'과 같아졌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멋진 일일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예를 들면 저자)에게는 그것 없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일종의 '취향'처럼 되어버렸다는 것. "나는 사람들이 왜 캠핑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다만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 혹시 당신이 개인적인 경건을 대하는 자세가, 내가 캠핑을 대하는 자세와 같지는 않은가?"

이처럼 거룩에 구멍이 나 버린 이유로 그는 '한물 간 시대의 유물처럼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장 먼저 꼽는다. 과거에는 경건을 '음주·흡연·춤' 등 몇몇 금기사항을 삼가는 것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종류의 규율에 참을성이 별로 없고, 이를 지킬 경우 '1950년대 도덕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염려한다는 것.

'교회 안에 거듭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주요 이유이다. 일부 교인들이 아직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았기 때문에 거룩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드영 목사는 "일부 여론조사 기관들과 권위자들은 교회 안의 세속성에 주목하면서 '거듭남'이 삶의 방식에 전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교회 다니는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거듭난 것이 아니다'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해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쿨(cool)'한 것을 강조하는 문화도 이 '구멍'에 한몫 했다. 거룩함은 이런 차원을 훨씬 뛰어넘지만, 유행에 정통하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 데 급급한 많은 그리스도인이 거룩함을 이런 것들과 전혀 상관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또 '경건하지 못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가 개방적인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선 비판적이고 편협해 보이기도 한다는 것.

저자는 "우리는 전부 구제불능의 죄인들이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때문에 경건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죄책감을 느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리스도를 붙드는 것 뿐임을 발견한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내용들은 이 '구멍'을 어떻게 메울 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들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