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기도문’ 관련 서적이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다. 얼마 전 소개한 김영봉 목사의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IVP)」 외에도 3권이 더 등장한 것.

먼저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신간 「깊이 읽는 주기도문(생명의말씀사)」을,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가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죠이선교회)」을 각각 펴냈고, 「도르트 신조 강해」를 썼던 신학자 코르넬리스 프롱크 목사의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으로 보는 주기도문(이상 그책의사람들)」도 나왔다. 또 IVP에서는 유명 저자 톰 라이트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주기도」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이노균 목사(부산중앙교회 원로)의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해설(비전북)」, 배굉호 목사(부산남천교회)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영문)」, 안재도 목사(필라델피아 벧엘장로교회)의 「주기도문 해설(쿰란)」, 제임스 패커의 ‘기독교 기본 진리 시리즈’ 「주기도문(아바서원)」 등 관련 책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무 말도 않는’ 것과 ‘너무 많은 말들’ 사이에서
전문가들은 ‘주기도문’ 관련 서적의 잇따른 발간에 대해 하나같이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통성기도와 묵상기도 사이, 바른 기도에 대한 관심’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먼저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인 송광택 목사는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며 “주기도문 안에는 기독교 신앙의 키워드들이 들어 있고, 신앙생활에서 지향해야 하는 핵심 가치도 있기 때문이라 본다”고 했다.

’글쓰기학교를 운영하는 독서운동가이자 로고스교회 담임목사이며, 최근 아들과 공저한 열두번째 책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SFC)」를 펴낸 김기현 대표(로고스서원)는 “일단 우연의 일치 같지만, 결국 기도 중의 기도는 주기도문이기 때문인 것 같다”며 “그동안 한국교회가 너무 통성기도 중심이었다가 그 반작용으로 관상기도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갔는데, 이렇듯 ‘아무 말도 안 하는 것과 너무 많은 말들’ 사이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기도하는 ‘말씀기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승진 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묵상기도, 응답받는 기도, 자녀를 위한 기도 등 기도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만큼 성도들에게 기도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이라며 “하지만 기도를 직접 해 보니, ‘기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들이 생기지 않았나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기도에 대한 모범을 보이신 분은 분명 예수님이셨고, 이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던 것이 바로 주기도문 아닌가”라며 “더 이상 또다른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 기도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이렇게 하셨다는 것을 공부할 필요에서 나온 것 같고, 결국 기독교나 크리스천의 정체성 찾기 운동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 기자도 “기본적으로 주기도문은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이고 기도의 모범인데, 그간 개신교계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최근 기복신앙적 기도나 통성기도 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생겨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그간 많이 외웠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몰랐던 주기도문에 대한 관심이 ‘바른 기도’에 대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패밀리, ‘주기도 주일’ 선포하기도
주기도문은 뜻밖의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에서 7월 넷째주일(28일)을 ‘주기도문 주일’로 선포한 것. 선교사 칼 귀츨라프(Karl F. A. Gutzlaff)가 최초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한 7월 27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라고 한다.

송길원 대표는 이와 관련, “주기도문은 산상수훈의 심장과도 같은데, 이것이 ‘주문’처럼 외워지는 데 비극이 있다”며 “이제라도 주기도문이 신앙고백이 된다면, 가정이 살고 교회가 살며 한 사람의 꿈을 생각하면서 꿈꾸는 가정과 교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주기도문 속에 힐링이 있고, 삶의 나침반이 있으며, 세상을 품는 월드 크리스천의 꿈이 있다”며 “크리스천들이 주기도문에 담긴 의미들을 실천할 때 참 제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오는 28일 양평 W-Zone에서 주기도 주일 선포식 및 기념예배를 드리는 하이패밀리는 주기도문 주일과 주간 지키기 매뉴얼로 △주기도문을 본문으로 설교한다 △주기도문의 삶을 격려하고, 1주일간 주기도문을 7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새벽기도회를 인도한다 △점심 메뉴로 (귀츨라프가 가져온) 감자를 삶아 먹으면서 그의 생애를 돌아보는 영상물을 시청한다 등을 내놓았다.

다음은 최근 나온 주기도문 관련 서적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이 세 권의 책에서도 ‘기본’과 ‘바른 기도’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 주기도문을 다루고 있다.

◈깊이 읽는,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교리문답으로 보는 ‘주기도문’

깊이 읽는 주기도문
(Photo : 기독일보) 깊이 읽는 주기도문

①누가 주기도문을 죽였는가?
깊이 읽는 주기도문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464쪽 | 24,000원

김남준 목사는 지난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는 한 구절에서 신학부터 사상과 윤리, 지성과 실천적 삶 등을 뽑아내며 ‘그리스도인 지상 최고의 소명은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추며 사는 것’임을 주장하는 「그리스도인이 빛으로 산다는 것(생명의말씀사)」을 펴낸 바 있다.

이번에 나온 「깊이 읽는 주기도문」도 주기도문 구절을 대상으로 비슷한 형식을 따르고 있다. 1장을 보면 ‘살아 계신 하나님’을 먼저 소개하면서, 하나님의 존재와 무신론에 대한 반박, 이성적 지식의 한계에 대한 논증을 펼친 다음 “하나님께서 살아 계신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복”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김 목사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독자들에게 ‘누가 주기도문을 죽였는가?’를 질문한다. 첫 문장도 도발적이다. “오늘날 우리는 주기도문을 예배나 모임을 끝내는 기도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것은 자칫하면 주기도문을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그저 읊조리는 것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너무나 많은 경우에 주기도문이 형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기도문은 암송되나 주님의 기도는 드려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확신과 사랑으로 주기도문을 따라 기도할 수 있다면, 그는 최고의 영적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도 주님을 깊이 만났을 때 ‘예수님의 이 기도’가 자신의 기도가 됐다고 간증한다.

주기도문은 신학적으로도 ‘예수 신앙’의 정수가 무엇인지 보여주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바라보게 하는 ‘렌즈’와 같다. ‘주기도문의 삶’을 사는 신자는 하나님 마음에 가장 기쁨을 드리게 된다. 주기도문을 ‘기도의 대상이신 하나님’, ‘하나님을 위한 세 가지 간구’, ‘우리를 위한 네 가지 간구’, ‘하나님께 드리는 송영’ 등 네 부분으로 나눠 14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으며, 제목처럼 주기도문을 ‘깊고 깊이’ 파고든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Photo : 기독일보)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②‘하나님 나라 이해’가 주기도문의 첫걸음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

김형국 | 죠이선교회 | 363쪽 | 14,000원

김형국 목사는 책 제목을 통해 대상을 ‘한국교회’로 특정했고, 그 대상이 주기도문을 ‘잃어버렸다’고 정의했다. 책의 토대가 된 설교 시리즈 원 제목은 ‘주기도문- 하나님 나라 백성의 기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김 목사는 “성경이 증거하는 하나님을 진정 믿는 사람이라면, 그 아들이신 예수께서 선포한 하나님 나라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달라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제목을 ‘도발적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나님은 다른 종교에서 추구하는 신들과 전적으로 다른 분이신데,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이시고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구하기 전에 미리 아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도는 달라야 하고, 그 독특한 기도를 알려주신 것이 ‘주기도문’이라는 것. 저자는 “예수께서 가르치신 기도에는 그의 영성과 하나님 나라 사상이 깊이 새겨져 있다”며 “주기도문은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이해해야 깨달을 수 있는 기도”라고 말한다.

김남준 목사처럼 김형국 목사도 “대학 졸업 직후 공부하게 된 주기도문은 나의 기도를 통째로 뒤바꿔 놓았다”며 “저의 기도 생활은 주기도문을 제대로 공부하기 전과 그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간증하고 있다. 주기도문은 통째로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곱씹고 곱씹어서 영혼에 새겨야 할 기도이며, 드리면 드릴수록 자신을 하나님 나라 백성에 걸맞은 모습으로 가꾸어 주는 기도이다.

주기도가 “배우면서 드리고, 드리면서 배우는 기도”라는 김 목사는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가 그 극복을 위해 가져야 할 바르고 깊은 영성의 열쇠도 여기서 찾고 있다. ‘잃어버린 주기도문’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 ‘하나님 나라’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의 마지막에는 ‘주기도문으로 드리는 기도의 예’, ‘주기도문으로 기도하기’ 등 ‘지금 여기, 기도가 필요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자료들도 담겨 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으로 보는 주기도문
(Photo : 기독일보)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으로 보는 주기도문

③딱딱하지 않은 ‘주기도문 교리문답’ 설명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으로 보는 주기도문

코르넬리스 프롱크 | 임정민 역 | 그책의사람들 | 152쪽 | 8,000원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하 하답) 450주년을 맞아 관련 서적들이 종종 나오는 가운데,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으로 보는 주기도문」은 해당 문답 속 기도외 관련된 문답들을 뽑아내 살을 붙인 책이다.

예를 들어 3장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에서는 120문 “그리스도께서는 왜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로 부르라 명하셨습니까?”, 121문 “여기에 왜 ‘하늘에 계신’이란 말이 붙어 있습니까?” 등 두 가지 문답을 제시하고, 강해가 이어진다. 마무리는 ‘더 깊은 공부와 나눔을 위한 질문’을 배치하여 복습이 이뤄지게 하고, 기도제목을 달아놓았다.

하답 116문에서 ‘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감사의 으뜸가는 부분”이라 나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기도는 우리가 본성상 할 수 있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기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처음으로 하는 선행이자, 우리가 신령한 복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독교 기초 진리 시리즈’로 사도신경과 십계명 등을 썼는데, 세 번째 시리즈인 주기도문이 먼저 나왔다. 교리문답에 관한 내용이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교회학교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듯한 문체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