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윤재 | 시냇가에심은나무 | 412쪽 | 16,000원

앞서 <노란 화살표...>를 펴낸 '시냇가에심은나무'에서는 분당한신교회 이윤재 목사가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시작해 2천년 교회사의 행로를 따라 중동과 유럽 곳곳을 방문한 '영성을 찾아가는 영혼의 순례기'인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도 출간했다.

이윤재 목사는 성경을 통해 인생은 순례와 같다는 은유를 배웠기 때문에, 오랫동안 '영적 순례'를 꿈꿨다고 한다. 안식년을 맞아 초대교회의 로마, 중세교회의 이탈리아, 종교개혁 시대의 독일과 스위스와 프랑스, 근세교회의 영국, 그리고 반드시 가보고 싶었던 떼제 공동체 및 유럽의 중요한 수도원들을 다녀갔다. 이는 일간지 칼럼으로 연재됐고, 책은 이를 모아 다듬은 것이다.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목적지가 없으면, 순례가 아니라 방황에 불과하다. 자신의 첫째 순례 목표는 하나님이었다. "순례의 영성은 현재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구도의 길로 가는 것이다." 그는 과정이 중요하고, 예수님과 동행하면서 성령이 인도하시는 대로 가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신학자이자 목회자답게 이 목사는 예루살렘에 다다라서는 유대인 교회를 찾아 '예배의 본질'을 묵상하고, 광야를 바라보면서는 성경 인물들이 왜 그곳으로 나갔는지를 질문한다. 갈릴리 바다에서는 예수님께서 그곳에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고, 로마에서는 갖가지 유물들이 말해주는 '제국의 흥망성쇠' 대신 '카타콤'으로 들어간다.

▲유대 광야의 동굴을 중심으로 세워진 러시아정교회 수도원. ⓒ출판사 제공

사모하던 떼제 공동체에서는 침묵과 찬양과 환대, 그리고 '일상의 영성'에 대해 배운다. 이후 한국교회에게 질문한다.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만드는 것은 규율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다. 강압으로 거룩해지는 방법은 없다. 자유가 규율보다 중요하다. ... 전통적 영성운동은 침투할 수 없는 경계를 만들어놓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영성은 일상의 영성이 아니라 전문가의 영성이다. 오늘날의 교회에 대해 일반인, 특히 젊은이가 갖는 느낌이 그런 것 아닐까?"

1년여간의 순례를 마치고, 그는 영성의 새 출발을 위해 몇 가지를 도전한다. 교회가 종교적 형식은 최소화하면서 그 내용을 최대화하려면, 외적 형식은 줄이고 내적 생명력을 풍부하게 하려면 '종교성에서 영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그 첫째는 겸손해지는 것이다. 특히 개신교-정통, 가톨릭-이단의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어야 한다. 둘째, 영성은 반드시 예수님의 생명과 관련되어야 한다. 성장은 생명에서 오고 생명은 예수님에게서 나오며, 영성은 십자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영성은 기도와 믿음과 실천의 종합이다.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 유능한 설교자나 능력 있는 행정가가 되기 전에 좋은 영성 지도자가 돼야 한다.

▲이윤재 목사의 순례지.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