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을 5년째 섬기고 있는 김영식 사무총장은 “힘들지만 한편으론 행복하다”며 “예전에는 행복하기만 했는데, 힘들지 않으면 목회가 아니지 않는가”라며 웃어 보였다.
(Photo : ) 탈북민을 5년째 섬기고 있는 김영식 사무총장은 “힘들지만 한편으론 행복하다”며 “예전에는 행복하기만 했는데, 힘들지 않으면 목회가 아니지 않는가”라며 웃어 보였다.

"한국교회는 북한선교를 놓고 오랫동안 기도해 왔지만, 막상 눈앞에 나타난 2만5천명의 탈북민들에게 제대로 복음을 전하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습니다. 기도는 했지만, 연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사람의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선교를 보편화할 때가 됐습니다. 이번 세미나에 늘 오시던 '북한선교 마니아층'들만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함께 통일선교를 준비하고 고민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가 두번째 세미나 '탈북민의 정착 문제와 한국교회의 역할'을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제일교회 아펜젤러홀에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북사목) 김영식 사무총장(남서울은혜교회)은 '탈북민 사역의 반성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탈북민 사역의 현주소와 함께 '통일 이후'를 준비할 목회 패러다임 전환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북한학을 전공하고 탈북민들을 오랫동안 섬겨 온 김영식 사무총장은 지난 2010년 2월 북한 관련 사역자들과 함께 '복음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며, 한국교회 북한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각 지역 교회와 선교단체를 연결하며, 효과적인 북한선교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북사목을 창립했다. 현재 북사목은 △탈북민 사역 △대북지원 △인권 △통일선교 교육 △해외 사역 △기도·연합(디아스포라) △차세대 등의 분야 실무자들이 연구와 교제를 나누면서 통일선교를 준비 중이다.

수평이동만 횡행하다가 다시 '불신자 전도의 시대' 열려
2만5천 탈북민이 많은가? 교회수가 5만6천이나 되는데...

김 사무총장은 북사목에 대해 "탈북민 선교는 이제 15년 정도 된 '개척 단계'이고 한 단계 진일보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라며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중직자들에게 '북한선교와 통일선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를 보편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민의 등장으로, '수평이동'만 횡행하던 한국교회에 그야말로 '불신자 전도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탈북민들을 '다문화'나 '외국인' 사역이 아니라, '새신자' 사역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물론 탈북민들은 특성이 다르지만, 영적 상태는 '새신자'들과 같습니다. 지리산 청학동 살던 유학자나 골수 불교 신자가 교회에 처음 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교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점에서 탈북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이 세 사람의 문화나 영적 상태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거듭남에 있습니다. 그런 상태가 되면 탈북민이든 유·불교 신자이든 문제가 되지 않고,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주체사상'이 지배하던 북한에서 넘어와 갖은 고생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트라우마나 사상적 차이를 극복하게 하려면 배려와 준비가 필요하다. "무조건 전문성 있는 목회자를 데려오려 해선 안 됩니다. 요즘엔 '통일선교'나 '북한사역'에 대해 배울 곳이 많기 때문에, 목회자 한 명을 보내셔서 준비시키면 됩니다. 우리가 탈북민들을 포함해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탈북민들은 1년차, 5년차, 8년차 이야기가 모두 다릅니다. 개인적으론 탈북민들이 이곳에서 10년은 살아봐야 남북한 체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느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탈북민 선교에 있어 주의할 점도 언급했는데, '목표 설정'이 바로 그것. "탈북민을 많이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나 동기부여를 갖고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려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돈을 줘서라도 탈북민들을 데려오려 하는데, 북사목에서는 목적 없는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상태입니다. 초창기 탈북민 선교에서 이것 때문에 많은 혼선과 분란이 있었습니다. 얼마라도 일정하게 돈을 주고 있던 교회라면, 어느 정도 성도들이 빠져나갈 것을 각오하고라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탈북민 선교에 소극적인 것이 교회만의 잘못은 아니라고도 했다. "2만5천명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한국교회 숫자 5만6천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탈북민들이 대부분 특정 지역에 모여 살기도 하고요. 그보다는 '분단 트라우마'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음도 있고 사랑도 있는데, 이제까지는 이상하게도 '포용의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북한선교는 사실상 효용성이 크지 못했습니다."

김영식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탈북민 선교와 통일 후 북한의 회복에 있어 교회의 역할이 꼭 필요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성육신'에 대한 사랑과 헌신,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역사해 주시리라는 믿음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교회라는 한 가족이 공동체가 되어, 그들을 껴안아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선교에 대한 이야기들은 세미나에서 들려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