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극복하는 길
김이곤 | 베리타스 | 331쪽 | 18,000원
국내 구약학의 권위자인 김이곤 박사(한신대 명예교수)가 창세기를 중심으로 기독교의 기본 신앙을 명쾌하게 풀어낸 <죽음을 극복하는 길(Salvation by Letting Go of Life·베리타스)>을 펴냈다.
책은 '창세기에 나타난 고난신학적인 설교주제들'을 부제로 "거짓 교회가 대세를 이루는 한국교회의 현실(암 7:10-17)을 개탄하면서, 그 유일한 자구책으로 사도신경의 제1신앙 조항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을 내가 믿습니다'와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의 신앙고백으로 회개하고 돌아가 다시 성경을 바로 읽고 배우며 진실하게 살려는 운동을 지금이라도 이행하자는 외침을 감히 토로"하고 있다.
김 박사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바치려는' 창세기 22장에서 '죽음을 뛰어넘는, 죽음을 극복하는 길'을 발견한다. 100세에 얻은 아들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요구에, 아브라함은 문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한 결단'으로 응답한다. "만일 하나님의 사자가 아브라함의 그 칼 든 손을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아들은 물론이고 아들이 죽은 바로 그 자리에서 아비 또한 죽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혼자 살아남을 아비는 이 세상에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사자'가 칼 든 아브라함의 팔을 제지하면서 황급히 외친 말과 이후 '여호와 이레' 속에서, "아들을 살리는 길(salvation)에는 여하간 대신 죽음(대속의 죽음)이 반드시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브라함이 죽음보다 가혹했던 하나님의 시험(test)에서 살아남았던 동력은 무엇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그의 신앙에 있었고, 그의 이러한 믿음은 오히려 그의 신앙수준을 향상시켜 자식을 번제물로 드리는 이교의 희생제의를 철폐하고 동물번제의 희생제의로 바꾸는 '제의의 개혁'을 이뤄낸다.
이에 대해 그는 "여기서 이뤄진 결정적인 신학적 각성은 '죽음은 죽음을 대신하는 것에 의해서만 비로소 극복된다는 그 진리'에 대한 각성이었다"며 "이는 분명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적 죽음 사건의 예표(prefiguration)요, '한 알의 밀알이 죽지 않고서는 결코 살아날 수 없다는' 바로 그 진리(요 12:24, 고전 15:36)"라고 주장한다.
에필로그에서 셸리 케이건 교수(Shelly Kagan)가 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독교적 변증'이라 소개되고 있기 때문. 김 박사에 따르면 케이건은 소크라테스-플라톤의 영혼불멸 사상과는 처음부터 예리한 대치의 각을 세우면서도 동시에 기독교의 부활신앙도 철학적 변증법으로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질의-응답을 무수히 반복하여 자신이 말하려는 주장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분명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전능성에 기초한 기독교의 부활신앙, 그리고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역사적 활동·구원사적 섭리에 대한 신앙이 지닌 그 의미 파악에는 끝내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즉 왜 이 우주가 무(無)가 아니고 유(有)인가? 왜 이 우주에는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설계(design)가 존재하고 있는가? 왜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가? 등에 대한 최종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지한 신 인식론적 깨우침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이르지 못한 그곳을, 김이곤 박사는 <죽음을 극복하는 길>은 확실히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구약성경의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들에게는,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길을 뚜렷하고도 확실하게 제시해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추천사를 전한 김 박사의 스승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책에 대해 "무신론적이며 유물주의적인 사상이 만연돼 있는 이 시대에 기독교의 신관과 창조신앙 및 그 밖의 중요한 사상을 흔들거나 부인하려는 서양의 현대 몇몇 과학자들의 사상과 이론에 맞서, 우리나라 구약학계의 한 권위자인 김이곤 박사가 창세기를 중심으로 구약성경 본문들에 대한 철저한 주석을 토대로 한 신학으로 기독교의 기본신앙을 변증한 명쾌하고도 확신에 넘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