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자유 현황을 연구 조사하는 미국의 연구 단체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연례보고서 ‘2013년 세계 자유 현황(Freedom in the World 2013)’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은 중동에서 발생한 혁명과 개혁 운동의 영향으로 지난 2012년 자유 상황의 큰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여러 독재정권 국가에서 이러한 개혁 운동에 대한 강하고 교묘한 방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3년 세계 자유 현황’ 보고서에 의해 2012년 ‘자유로운(Free)’ 국가로 분류된 국가는 모두 90개국으로, 전년도에 비해 3개 국가가 추가됐다. 그리고 27개 국가에서 자유가 상당히 위축된 반면, 자유가 크게 신장된 나라는 16개국에 그쳤다. 세계 자유 현황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자유가 신장된 국가보다 위축된 국가가 많다고 공개했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7년 연속으로 나온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시민 사회 단체와 언론을 향한 독재 정권의 박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가 가장 크게 신장된 국가 중에는 리비아가 포함되어 있다. 리비아는 2012년 보고서에서 ‘자유롭지 않은(Not Free)’ 국가였지만 한 해가 지난 2013년 보고서에서는 ‘부분적으로 자유로운(Partly Free)’ 국가로 발전했는데, 이는 40년에 이르는 ‘세계 자유 현황’ 보고서 역사에서 1년 동안 이룬 가장 괄목할 만한 진보로 기록되었다. 미얀마를 비롯하여 코트디부아르, 기니, 레소토, 세네갈, 시에라리온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다. 자유가 크게 위축된 국가로는 카자흐스탄, 케냐, 말리, 나이지리아,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이다.

2012년은 중동 지역에서 자유에 관한 상반된 결과를 보인 한 해였다. 리비아가 큰 진전을 이루고 튀니지의 상황 역시 2011년부터 급속히 개선되었지만 이집트의 진전은 상대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이집트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쟁 구도를 이루는 복수의 후보가 출마한 대통령 선거를 치러 직접적인 군부의 통치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의회는 해체되었고 모르시(Morsi) 대통령은 매우 문제가 많은 새 헌법을 추진했다.

반(反)정부 시위(Arab Spring)를 겪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국가들이 이룬 진전에, 충격을 받은 중동의 일부 독재 정권은 폭력적으로 반응했다. 중동 국가들 중에는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 시리아, 아랍에미리트에서 자유 상황이 후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세계 자유 상황 보고서는 특히 유라시아 국가들의 경우에 더 암울한 결과를 내놓았다. 러시아는 푸틴(Vladimir Putin)의 대통령 취임 이후 자유가 위축되는 분위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미 야당을 배제하다시피해온 푸틴 대통령은 사회적 반대의 싹을 꺾기 위한 일련의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률에 의하면 승인받지 않은 시위는 엄한 처벌을 받게 되고, 시민 단체는 모금과 활동이 제한당하게 되며 인터넷 역시 새로운 규제를 받는다.

이번 보고서는 많은 국가에서 자유의 억압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명시하며, 미국과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러한 국가에서의 자유의 개선을 위해 국제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의 오바마(Obama) 행정부와 공화당이 그러한 외교력을 보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주요 현황
2013년 세계 자유 현황 보고서는, 2012년 선거에 의한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가 세계적으로 117개 국가로 2011년과 동일하다고 공개했다. 조지아와 리비아 두 국가가 선거 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를 성취했으나 말리와 몰디브는 선거 민주주의 국가라는 지위를 잃었다.

레소토, 세네갈, 시에라리온, 통가는 ‘부분적으로 자유로운(Partly Free)’ 국가에서 ‘자유로운(Free)’ 국가로 이동했다. ‘자유롭지 않은(Not Free)’ 국가였다가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의 지위를 얻게 된 3개 국가는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리비아이다. 말리는 오히려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두 단계 하락했으며, 기니비사우도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하락했다.

이번 보고서는 경향을 강조했는데, 그 하나가 이슬람 종파간의 폭력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종파간 충돌이 끔찍한 수위에 이르렀고, 이라크와 일부 지역에서도 심각한 상태이다. 터키에서는 시민의 자유가 크게 위축됐으며, 걸프 국가들(아라비아 반도 지역, 역주)의 경우 민주주의 제도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억압적 정책은 증가했다.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지정된 47개 국가 가운데 9개 국가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 수준이 최악으로 평가받았는데, 이 9개 국가는 에리트리아, 적도기니,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다. 지역으로 보면 티베트와 서(西)사하라 지역이 최악의 지역으로 분류됐다.

벨로루시와 차드, 중국, 쿠바, 라오스 등 5개 국가와 (러시아의) 남(南)오세티아 지역은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 상황이 최악 바로 위 등급을 받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이번 보고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종파간 분쟁, 사회적 갈등, 억압적 독재정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반면 2012년 한해 동안 자유가 더디지만 인상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했다. 튀니지는 전년에 비해 놀라운 개선을 이루었고 리비아와 이집트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이동했다. 시리아는 반정부 시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바레인과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퇴보가 일어났다.

▲아프리카 지역(사하라 사막 이남)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 대해 보고서는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한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역의 일부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의 돌파구가 마련된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쿠데타와 사회적 갈등, 독재정권의 탄압이 발생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몇 가지 훌륭한 진보를 이루었지만 사회적 갈등과 폭력적인 이슬람 단체의 출현으로 정치적 자유가 전반적으로 향상되지는 못했다. 레소토, 시에라리온, 세네갈 등 3개 국가는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유로운’ 국가로 이동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상승했다. 기니와 말라위 역시 자유의 진보를 보였다. 반면 말리는 ‘세계 자유 현황’ 보고서가 작성된 이래 1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의 퇴보를 겪은 나라로 평가되었는데,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급락했다.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였던 기니비사우도 ‘자유롭지 않은’ 국가가 되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감비아, 케냐, 나이지리아, 마다가스카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 역시 퇴보를 보였다.

▲중앙 아시아와 동유럽 지역
푸틴(Vladimir Putin)이 러시아 대통령직에 복귀하면서 자유에 대한 억압이 가속화되었다. 러시아의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유라시아는 이제 중동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여러 모로 볼 때 유라시아는 12개 국가 대부분이 독재자의 지배를 받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지 않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반면 아르메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조지아를 비롯하여 분쟁지역인 아브하지아(Abkhazia)와 나고르노 카라바흐(Nagorno-Karabakh)에서는 자유의 진보가 감지되었는데, 이들 지역은 ‘자유롭지 않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으로 발전하였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크라이나는 모두 상당한 퇴보를 경험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체제로 꼽혀온 미얀마는 2010년에 시작된 민주주의 개혁을 계속 추진해 나갔다. 비록 미얀마는 아직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남아있지만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 모두 중국 보다는 나은 평가를 받았다. 미얀마, 부탄, 인도관할 카슈미르, 몽골, 통가에서 자유의 향상이 이루어진 반면, 2012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퇴보가 일어난 장소는 몰디브와 스리랑카이다.

▲중남미 지역
2012년 말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차베스(Hugo Chavez) 대통령은 병명이 밝혀지지 않은 암 수술에서 회복하고자 쿠바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013년 3월 사망했다, 역주). 차베스 대통령은 10년 넘게 중남미 지역에서 중요한 정치 지도자였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자유의 중대한 향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에콰도르, 파라과이, 수리남에서는 상당한 퇴보가 이루어졌다.

▲서유럽과 북미 지역
서유럽과 북미 지역은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이민자 유입에 대한 민족주의적 심리가 증가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적 기준과 시민의 자유를 매우 존중하는 기존의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 이 지역의 경우 주목할 만한 성과나 퇴보는 없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