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열광한 스테디셀러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저자 고든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목회 사역을 시작했던 1960년대 초반은 한국교회의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다.
“당시 많은 이들의 눈에 교회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시대 부합(relevance)’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교회와 설교자들이 다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더러는 매우 뒤처져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 결과 신학교 동창생들의 상당수가 선교지로, 선교단체로, 교목으로, 상담이라 불리는 새로운 분야로 진출했다. 우리 중 일부만이 실제로 목회 사역에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기독교가 바닥을 치는 시기, 목회자의 자세는
당시 맥도날드 목사에게는 매주 새로운 기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팔러 찾아왔다고 한다. “시작하는 말은 거의 예외 없이 똑같았다. 교회가 죽어가고 있고 목사들 역시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 이 모두를 구해 줄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현재 ‘수천 명(무려)’까지 성장하는 교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젊은’ 맥도날드 목사는 어떤 접근법을 따라가야 할지 혼란스러워,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지혜로운 이에게 가서 물었다. “내게는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었다. 그분의 대답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와 자네 리더들은 오직 무릎으로만 답을 찾을 수 있을걸세. 자네와 자네 교회를 위한 한 가지 길이 있을 걸세.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갈 때 자네와 하나님 사이에 누구도 끼지 못하게 하게.” 이후로 지금까지 그는 이 ‘단순하지만 아주 깊이 있는’ 조언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도, 고든 맥도날드가 청취했던 이 조언은 여전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원제 Building Below the Waterline·이상 IVP)>에서 맥도날드가 ‘리더의 내적인 삶’을 위해 마지막으로 조언하는 부분이 바로 이 ‘무릎이 이끄는 사역’이다. “적지 않은 젊은 목사들이 대형교회를 약속해 주는 세미나에 가서, 그들의 교회에 개혁에 가까운 무언가가 일어나리라는 기대와 열정을 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1년 후 일부는 비통한 상태로 거부당하고 패잔병이 된 채 사역을 그만두는 과정을 밟는다. 마음이 상한 사상자가 아주 많다… 캘리포니아에서, 조지아에서, 콜로라도에서 작동했던 것이 ‘우리’ 공동체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는 무릎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 출발점으로부터 그는 ‘무릎으로 이끄는’ 몇 가지 사역 원리를 발견했는데, 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전략적인 사역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들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든 것들을 추구하기 전에, 일상적인 삶과 사역 즉 교회 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에 충실하라 △거의 모든 것이 이미 과거에 이런저런 식으로 시도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가능성과 함정을 모두 드러내는 기독교 운동의 역사를 배우라 △엄선한 여러 저자들(그의 경우 폴 트루니에, 스탠리 존스, 존 스토트 등)의 글과 ‘편대 비행’을 하라 △성경에 기반을 두라 등 하나같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친밀감에 대한 갈망에서 오는 ‘성적 유혹’ 극복하기
‘도덕적 실패’에 대한 내용도 최근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새겨들을 만한 부분이다. 몇 년 전 자신도 이 ‘도덕적 실패’를 저질렀다고 고백하고 나서 그가 꺼낸 이야기는 ‘성(性)’에 대한 것이었다. “재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 정치인들에게는 권력, 그리고 지식인들에게는 지식이 가장 큰 문제이듯, 사람과 관계된 일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친밀함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에 따르면, 목회자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가 평균을 넘어서고, 사람들의 외적인 삶을 넘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이렇게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다 보면, 경계를 넘어 부적절한 데로 나아가는 행동에까지 이른다. 그런 상황 아래, 있는 이들 사이에는 소위 ‘육체적인 유혹’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역을 하는 우리에게는 종종 멋진 특권과 자유가 주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교회 공동체에서 리더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이 도덕적 실패의 모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사역하면서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게 되면, ‘걸려들었다(enmeshment)’고 할 만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가능성은 둘 중 누구든 가정 내의 관계가 불안정할 경우 더 커진다. ‘도덕적 실패’를 경험한 많은 사역자들은 “처음엔 성관계가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성적인 부분은 아주 순수한 것 같은 다른 무언가에서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의 ‘특권’은 영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도덕적 규칙과 경계를 한쪽으로 제쳐두도록 유혹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자기 정당화 능력은 실로 놀랄 만하며 매우 무섭다.”
맥도날드는 리더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종종 리더는 외롭다는 말을 하곤 한다.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 리더의 잘못일 수 있다.” 영적 리더라면 가정이나 결혼 생활의 우선순위를 위해, 또는 동성 친구와 인격적인 우정을 누리기 위해 적절한 시간을 떼어놓아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도덕적 실패는 ‘중도 포기’하는 목회자들의 이유 중 가장 심각하고 비극적이다.”
그는 목회자의 삶이 더 많은 요구사항들과 기대들로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실패’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방책’들을 달아놓았다. △도덕적 유혹의 숲을 어슬렁거리지 말고, 부대장이 전쟁터에 나갈 때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듯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성과 함께 격식 없는 저녁식사 하지 않기, 이성과 어떤 여행도 같이 하지 않기, 세 명 이상의 사람이 함께하지 않는 팀 관계는 갖지 않기 등의 행동규약을 만드는 동료 그룹에 모든 그리스도인 리더들이 속하도록 요청하자 △모든 목회자 부부가 그들을 멘토링해 주는 부부를 반드시 두도록 하자 △대형교회 사역의 위험성에 대해 좀더 정직해져서, 결혼 생활, 정신적·정서적 건강, 영적 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하자 △오늘날 기독교 문화에서 우리 대부분은 모든 면에서 건강한 친밀함을 갈망하고 있으며, 그것을 경험하지 못할 때 성적인 쪽으로 향하기 쉬움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등이다.
◈수면 아래 튼튼한 토대 없이, 수면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예전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 고든 맥도날드는 왜 ‘영적 리더를 위한 내면세계 건축법(부제)’ 전수에 나섰을까. “리더가 오랜 세월과 도전을 견뎌낼 수 있느냐는 수면 아래에서(리더의 영혼 안에서) 하는 작업에 달려 있다. 우리는 그 작업을 예배, 경건의 시간, 영성 훈련이라 부른다. 그 작업은 조용한 가운데, 그 누구도 아닌 하나님만이 보시는 곳에서 이뤄진다. 오늘날 리더십에서는 비전이나 조직의 전략, 메시지의 시장 반응도 같은 주제들이 많이 강조되지만, 이렇게 수면 위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라 여긴다면, 수 년 내에 리더십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는 또 묻는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영에게 의지하라는 가르침이 줄어든 듯 보이는 상황에서, 현대의 경영 기술, 과학 기술, 카리스마, 유명 인사의 사역으로 인해 개인적인 자기 확신만이 위태롭게 커져 가고 있는 것인가(181쪽)?” 맥도날드는 이스라엘 민족을 40년간 이끌어야 했던 모세를 비롯한 성경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해답을 찾아나간다.
아무리 좋은 기량과 카리스마를 타고난 축복받은 리더들이라도, 수면 아래 튼튼한 토대 없이 수면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들의 성품이나 중요한 관계들, 그리고 신앙의 중심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든 맥도날드는 건축에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으며, 135년 전 당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지금까지도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해 주고 있는, ‘브루클린 다리’ 건축 과정을 빗대 설명한다. 브루클린 다리가 여전히 튼튼한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는 브루클린 타워에 사용된 양만큼의 석조와 콘크리트를 수면 아래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 리더의 네 가지 자질(비전을 전하는 능력, 사람들에 대한 민감성,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예리한 자기 이해), 일구어야 할 영혼의 다섯 가지 덕목(겸손, 생산적인 긍휼함, 완고함이 아닌 견고함,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믿음, 절제), 내면 세계의 지도 그리기(일기 쓰기의 유용성) 등 크나큰 성공과 쓰디쓴 실패를 모두 경험한 그의 오랜 체험에서 나온 진국 같은 조언들로 가득하다. 새벽 3시에 시급한 심방 요청 전화가 걸려왔던 경험 등을 전하면서 ‘리더의 외적인 삶’에 대한 생각들도 곁들였다. 그의 또다른 책으로, ‘축복받을 만한 삶’, 즉 영혼으로 사는 삶을 이야기한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삶(The Life God Blesses)>도 지난해 말 개정판이 나왔다.
전세계 목회자들의 멘토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고든 맥도날드(Gordon MacDonald)는 콜로라도 주립대와 덴버 신학교를 졸업하고, 메사추세츠주 렉싱턴의 그레이스 채플에서 40년간 목회했고, 미국 기독학생회(IVF) 대표와 세계구호선교회(World Relief) 총재를 역임했다. 베델신학교와 고든콘웰신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영적인 삶의 토대와 회복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대표 저작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으로 전세계 크리스천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인생의 궤도를 수정할 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베푸는 삶의 비밀(이상 IVP)>, <영적 성장의 길>, <누가 내 교회를 훔쳤는가?(이상 두란노)>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