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첫 신장기증인은 목회자 부부였다.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신장기증 수술이 진행됐다. 모르는 사람에게 대가 없이 한쪽 신장을 내어준 이는 52세의 신진선 목사(계성교회)이다. 신 목사는 아내인 김영옥 사모와 함께 신장기증을 결심해, 1개월 후에는 김 사모가 신장을 기증할 예정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에 따르면 국내에 부부 신장기증인은 총 16쌍밖에 없다.


▲신진선·김영옥 부부.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신 목사는 신장기증 후 “인생 가운데 하나님이 허락해 주셔서 아름답고 따스한 사랑을 나누는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며 “받은 사랑이 많아,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며 웃었다.

지난 1962년 청계천 판자촌에서 태어난 신 목사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고, 아버지가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간경화 합병증으로 소천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홀로 연년생인 두 아들을 키워냈고, 어려운 형편에도 신 목사를 전문대에 입학시켰다. 어머니의 사랑에 힘입어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꿈꾸던 신학공부도 시작했다. “군 생활 중, 교회에서 아내를 만났어요. 청소년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던 아내는 나눔에 있어서는 저보다 선배에요. 살면서 아내에게 많이 배운답니다.”

신 목사는 지난 1994년과 2000년 두 차례 교회를 개척하면서 계속 생활고를 겪어왔지만, 세 딸과 아내는 불평불만 없이 늘 감사하며 살아와 그에게 큰 힘이 돼 줬다. “두 번째 개척 후 3년간은 한 번도 쌀을 사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당시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신 목사의 사정을 딱히 여긴 이웃들은 남몰래 그의 집 앞에 쌀과 생활용품을 두고 가기도 했다. 신 목사 부부는 이를 통해 누구보다 나눔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그러던 중 신 목사는 한 지인이 신장과 간을 기증한 사실을 접했다. 부부는 결혼 전부터 장기기증에 참여하자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기증 후에도 항상 감사하며 건강하게 생활하는 그 목사님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큰 감동을 받았어요.”

지난해 5월, 신 목사가 시무하는 계성교회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 장기기증 서약예배를 드렸다. 신 목사는 이날 이웃사랑에 대한 설교를 통해 성도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생명나눔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알렸다. 이에 성도들 중 무려 50% 이상이 서약에 참여했고, 중2, 23세, 25세인 신 목사의 세 딸도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

그리고 신 목사 부부는 생존시 신장기증을 등록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싶어, 그 자리에서 생존시 신장기증을 등록했어요. 사실 아내와 상의 없이 일단 등록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내도 저와 같은 뜻으로 신장기증 등록을 했더라고요. 서로 간호해 주기도 좋고, 생명나눔을 곁에서 지켜주기 위해 한 달의 터울을 두고 기증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두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돼 무척 떨리네요.” 어른이 된 두 딸도 언젠가 생존시 신장기증을 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식받을 분들의 앞날에 기쁨과 행복이 넘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본이 될 수 있도록 저희 부부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