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명실공히 '다문화 사회'다. 하지만 주일 오전이 되면 가장 극명하게 '인종적 분리'를 경험하게 된다. 흑과 백은 물론 히스패닉이나 아시안들 역시 출생지역과 언어에 따라 나눠진 교회로 향한다. 그나마 '다문화 교회'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해도 어느 한 인종이 대다수를 이루거나, 목회팀이 한 인종으로 된 경우가 많다.

한인 교회들 역시 미국이라는 땅에 뿌리 내린 '한국교회'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국적 정서에 맞는 신앙생활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조금 특별할 뿐,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와 미국에서 다니는 교회가 별반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남미로 가서 청소년, 청년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다시 이민 와 대학을 마친 뒤 다양한 사역을 경험해 온 박다니엘 목사(사진). 그가 꿈꾸는 다민족 교회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2월부터 박다니엘 목사가 개척한 다민족 교회인 '크로스라인쳐치'는 연합장로교회(담임 정인수 목사)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후원하며, 박다니엘 목사와 백인계, 인도계 그리고 남미계 목사가 팀 사역을 할 계획이다. 말 그대로 모든 민족에게 열려있지만 박 목사가 스패니쉬 쪽 배경을 가진 만큼 애틀랜타 인근에 자리잡은 스패니쉬들에게 집중하는 한편, 한쪽이 한국인 부모를 가진 이들과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오는 유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민족 교회가 되려면 성도들뿐 아니라 목회팀부터 섞여야 해요. 예배 순서는 매우 심플하게 하지만 찬양이나 표현은 영어, 스패니쉬, 한글로 다양하게 하고요. 특별찬양 순서에 각 나라별로 전통 악기를 사용한 음악을 선보이는 등 각자의 문화를 살리면서, 예배가 장례식 분위기가 아니라 잔칫집 분위기가 되도록 인도할 것입니다. 누구나 환영 받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예배 분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대형 교단의 교세 감소와 전통적인 대형 교회들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 내에서도 '다민족 교회'는 꾸준한 성장하는 '블루 오션'이다. 박다니엘 목사가 다민족 교회에 대해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던 곳이 애틀랜타로 오기 전에 사역했던 노스캐롤라이나의 다민족 교회로 가나 출신 목사와 남미 출신 백인 사모, 그리고 세계 60개국에서 모인 성도들로 구성된 곳이었다. 다민족 교회의 명과 암을 모두 배울 수 있었다는 그는 원래 갖고 있던 다민족 교회의 비전에 경험을 더해 처음으로 '크로스라인쳐치'를 개척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2012년 초에 애틀랜타에서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 데 정인수 목사님을 우연히 만났어요.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니카라과를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부모님께서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이시니 일단 '예'하고 이사를 서둘러 마치고 바로 그 다음 주에 같이 니카라과를 다녀왔어요. 그리고 나서 '다문화 교회를 해보자'고 하셨어요. '저는 교회를 개척하러 왔지 직업을 구하러 온 건 아닙니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어차피 예배당을 빌려야 할텐데, 연합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해보라고 제안하셨어요. 연합교회 소속은 아니지만 협력관계로 후원해주시고 함께 도와주신다는 분들도 있으시니 감사하죠."


크로스라인쳐치의 비전은 '지상명령이 이끄는 교회(Great Commissions Driven Church)'로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간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가족 중심의 교회(Family Oriented Church)'로 교회 안에 모두가 하나님의 영적인 가족들로 육적인 가족들 역시 하나님의 사랑으로 회복되며, 단순히 멤버를 넘어 한 가족으로 서로를 축복하는 교회다. 둘째는 '제자 삼는 교회(Disciole Making Church)'로 지상명령을 마음에 품고 Global Ministries & Relief Inc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을 따라 다양한 언어로 성도들을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제자훈련 할 계획이다. 셋째는 '세대를 세우는 교회(Generation Building Church)로 '후계자가 없는 성공은 없다(There is no success without a successor)'라는 말처럼 다음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로 어린이 사역에 대한 집중과 투자다. 장년들을 위한 예산을 사용하고 남는 것을 어린이 사역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사역부터 시작해 어린이와 유스가 하나님을 경험하고 만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넷째는 '재생산하는 교회(Multiplying Church)'로 크로스라인쳐치의 목적인 그저 교회가 커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세워진 사역자들이 각 도시로 나라로 그리고 다른 세대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첫째로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부모의 서원으로 태어난 박다니엘 목사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신이 태어난 이유는 목회를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어릴 적부터 꿈이 '목사'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이후 한 번도 흔들림 없이 목회자의 길로 직진했던 만큼 26살부터 목회를 시작해 거의 20년간 다양한 사역을 경험해 왔다. 심지어 '사역'과 먼저 결혼했다 할 정도여서 진짜 결혼은 늦었다고 웃어 넘겼다.

그가 결혼했던 사역은 바로 '킹스마크 글로벌' 사역으로 2004년에 시작해 전략적으로 남미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칠레와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 10여 개의 교회를 세운 킹스마크의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선교사가 들어가 현지인을 세워 교회가 안정되면 넘겨주고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는 선교하고자 하는 지역의 목회자들 연합이나 모임에서 관계를 맺고 섬기다가 교회가 없는 곳에 개척하고자 하는 계획을 나누며 준비된 사역자를 찾으면, 미국에서 단기선교 형식으로 가서 도와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3년을 돕고 나면 대부분 자립할 수 있는 온전한 지역교회가 된다고 한다.

"남미 지역을 다녀보면 한인 선교사님들이 구석 구석 들어가셔서 고생하시는 걸 봐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분들이 '복음화'와 함께 '한국화(Koreanize)'하신다는 겁니다. 어떤 오지에 가보면 현지 사람들이 인사도 한국식으로 하고 예배 방식도 전통 한국장로교 예배를 드려요. 저는 일단 선교하고자 하는 곳에 가서 지역 목사님들과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맺고, 그들이 참여하는 가장 큰 컨퍼런스 등에 초대받아 미국에서 배운 목회나 사역에 대해 나눕니다. 볼리비아의 경우 그렇게 관계를 맺다가 개척을 알리니 자신들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땅도 주고 좋은 분도 소개해 주셨어요.


저는 미국에서 청소년 40명을 데리고 단기선교 형식으로 가서 한 열흘간 VBS도 하고 노방전도도 해서 사람들에게 알렸고, 첫 주일에 처음으로 예수를 믿겠다고 한 사람들이 600명이었어요. 그 사람들에게 침례를 줬고 그렇게 남아진 사람이 450명이 넘었죠. 40명의 청소년들에게 너희가 돌아가서도 매달 10불씩 헌금을 보내고 기도하라고 했어요. 그럼 400불인데 그 정도면 목사가정이 사역할 때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2년째가 되면 반으로 줄이고, 3년이 되면 다시 반으로 줄이고 4년째에는 후원을 끊어요. 이런 방식으로 현지인 목회자가 자신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교회를 잘 세워 갑니다."

박다니엘 목사는 크로스라인쳐치는 앞으로 이제 막 선교사로 헌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남미 지역 교회들과 연계해 사역자들을 훈련하고 파송하는 산실의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분들이나 미국 이외의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미국으로 오신 분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복음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세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창조적이며 현대 기술을 마음껏 활용하는 교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크로스라인쳐치에 대한 문의는 pastor.crossline@gmail.com 919-348-0909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