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김영주 총무, WCC총회한국준비위 김삼환 상임위원장,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 WEA총회준비위 길자연 위원장 등 각각 WCC 유치와 반대에 가장 앞장서온 인물들이 13일 ‘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는 ▲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등 반대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 ▲성경 66권의 무오성 천명 등 ‘4개 원칙’이 담겨 있다.

2009년 8월 31일 WCC 총회 한국 유치가 확정된 이래, 보수 교계의 반발은 극심했다. 특히 한기총과 예장 합동측은 그 중심에 있었고, 이번 공동선언문에 참여한 길자연·홍재철 목사는 모두 한기총 전·현직 대표회장이자 예장 합동 소속으로, WCC 반대운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최근 잇따른 교계 분쟁으로 인해 서로 감정의 골도 더 깊어진 상태였기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공동선언이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양측 지도자들은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한 발짝씩 물러나 타결을 이뤄냈다. 여기에는 더 이상의 극한 분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13일 기자회견에서 길자연 목사는 “이번 선언문에는 보수와 진보 모두 같은 신앙고백을 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이 들어있다는 것을 봐 달라”고 했고, 김삼환 목사는 “교계가 연합해 WCC 총회를 잘 치르는 것은 1000만 한국교회 성도들이 염려하고 한결같이 기도해온 기도제목”이라고 했다.

이같은 선언문이 나오기까지 특히 WCC총회한국준비위원장인 김삼환 목사는 주변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대한민국 지키기 6·25 국민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데 이어, 최근 ‘대한민국 기독교의 밤’과 길자연 목사 원로 추대예배 등 한기총 관련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에 한기총에서도 김삼환 목사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상임위원장직을 맡기는 등으로 화답했다.

이번 선언문 발표로 한국교회는 WCC 총회 개최를 위한 ‘정치적’ 고비는 일단 9부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대부분의 보수 교계 연합기관이나 교단들은 “이미 WCC 총회 한국 개최가 확정된 이상 이를 취소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 무리하게 막기보다 올바른 신앙을 알리는 데 주력하자”는 쪽으로 방향 설정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장 고신과 고려 등 WCC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온 교단들이, 이번 선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신앙적·신학적’ 과제다. 배본철 교수(성결대)는 이번 선언에 대해 “오히려 WCC가 그 동안 이번 선언문에 담긴 ‘4개 원칙’과 반대되는 길을 걸어왔다는 반증에 불과하다”며 “국내 인사들의 이같은 선언 정도로 WCC 총회가 복음적으로 전향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배 교수는 “WCC가 정말 바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세계 총무가 연석한 가운데 그 동안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이번 총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음적으로 변화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CC 총회 유치 철회운동을 펼쳐왔던 최덕성 교수(전 고신대)는 “기본적으로 한국교회에서 WCC에 가담하는 교회들조차 복음적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긍정적 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WCC가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적의 침입을 교회가 깨닫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선언문은 WCC가 발표한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정치적 제스처로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며 “이번 선언문의 내용과 배치되는, WCC가 그 동안 발표했던 종교다원주의·자유주의적 문서들이 다 잘못됐다고 선언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환영이지만, WCC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전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