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을 하루 앞두고 세계 주요국들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이스라엘, 한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이번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흐름에 광범위한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각국은 발 빠른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25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관세 부과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면제를 명시적으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고위급 협상 채널 개설에는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긴급히 협상단을 꾸려 미국으로 파견했으며,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 대표로 지정됐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첫 정상급 대면 외교에 나서기 위해 워싱턴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적자 해소와 장벽 완화를 약속하며 설득을 시도했지만, 관세 철회에 대한 확답은 얻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언급하며 무역 조치 외에도 추가적 대가를 요구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스라엘은 자국 수출산업 보호를 위해 다각도의 대응 전략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50개에서 최대 70개국에 이르는 국가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히며, 협상에 나설수록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4월부터 6월까지 협상 일정이 빽빽하다"며 일본처럼 신속하게 움직이는 국가가 우선순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상 일정에 따라 국가별 관세 적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압박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해 관세 회피를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정 본부장은 출국길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라는 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와 방산 협력,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등을 패키지로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태국, 인도, 멕시코, 대만, 영국, 스위스,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태국은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통해 관세 완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인도는 보복보다는 대화 중심의 접근을 택했다. 멕시코는 보복 관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일단 협상을 통한 해법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만과 스위스, 베트남 역시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며 미국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EU는 보다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준비가 돼 있으며, 산업재에 대해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도 검토 중이다. 해당 품목에는 오토바이, 선박, 쇠고기, 대두, 껌, 땅콩버터, 쌀, 아몬드, 오렌지주스, 담배 등이 포함된다. 캐나다는 WTO에 분쟁 해결 요청을 접수하며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상호 관세에 대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총 5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4일자로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8일까지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9일부터 추가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실제로 이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총 관세율은 104%에 이르게 된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관세 조치를 확대하면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한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국 내 여론도 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상호 관세는 현지시간 기준 9일 오전 0시 1분, 한국시간 오후 1시 1분부터 공식 발효된다.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중심의 무역 갈등은 세계 경제를 새로운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 충돌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주요국들은 당분간 고강도 외교 및 통상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