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겨냥한 멋과 맛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지금은 바야흐로 이미지 메이킹 시대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국가 역시 다양한 브랜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 하나만으로 국가의 호감과 신뢰도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뭘까? K-POP을 비롯한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열풍의 주역들 사이 눈에 띠는 하나, 바로 오색나물이 조화로운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이다. 다양한 재료를 넣고 섞어 원재료와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맛을 창조해 내는 것이 비빔밥의 특징이고 장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장 한국적인 요리다.
아이디어 또한 기발나다. 넣는 재료에 따라, 또 누가 비비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심오한 음식이다. 넓디넓은 스펙트럼이 비빔밥의 매력이다. 오죽하면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익은 음식을 주제로 쓴 시에서 “비벼서 먹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읊었을까.
철저한 맞춤메뉴, 커스터마이징 전략 ‘원더풀 코리아’
이 기막힌 비빔밥의 진가는 파란눈의 미국인들에게도 통한다. 세계인을 겨냥한 프리미엄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까다로운 미국인들의 입맛을 홀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비고’의 주 메뉴는 신선한 나물과 채소를 주요 재료로 만든 오색(五色) 오미(五味)의 저칼로리 비빔밥이다.
한식 고유의 멋과 비빔밥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개개인의 기호에 맞게 밥과 소스,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한식 브랜드로 개발했다. ‘비비고(bibigo)’라는 브랜드는 ‘비빔밥’과 ‘비비다’의 우리말 어원을 살리면서 ‘가지고 간다’는 의미의 ‘투 고(to go)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남가주에선 2년 전 웨스트 빌리지에 오픈한 웨스트우드 UCLA 1호점에 이어 지난 4월 비벌리힐스 2호점을 런칭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비벌리힐스점은 ‘South Beverly Hills Dr’와 ‘Charleville Blvd’ 교차 지점 인근에 위치해 있다. ‘Chin Chin’, ‘California Pizza Kitchen’, ‘Momed’, ‘FRIDA’ 등 중식, 일식, 멕시칸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서 비비고는 대표 한식 메뉴로 이들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총 65석 규모의 웨스트우드 UCLA 1호점이 학생 상권으로 QSR(Quick Service Restaurant)인데 반해 비벌리힐스 2호점은 CDR(Casual Dining Restaurant)로 구성, 직장인들과 여행객을 타켓으로 모던하고 캐쥬얼한 다이닝 형식의 한식을 즐길 수 있다. 총 70석 규모의 비벌리힐스점을 다녀가는 주 고객의 8할이 백인이다. 미국 시장진입에 안정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근엔 헐리웃 배우 앤 해서웨이가 ‘비비고’를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웰빙族·다이어터들이 주목하는 건강식
비비고는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South Beach Diet, 저인슐린 다이어트)’를 응용해 탄수화물과 채소의 밸런스를 맞춰 신개념 웰빙 한식 개념을 구현했다.
비빔밥 한 그릇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지방 등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그래서 몸매관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거나 작은 양을 먹는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고기를 제외한다면 채식주의자들도 환영할 만한 재료들로 구성된 것도 ‘비비고’ 비빔밥의 매력이다. 일부 미국인들은 비빔밥을 비벼 먹지 않고, 들어간 재료를 각각 맛보아 고유의 풍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이에 샐러드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나물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채소 조리방법을 선보이기 위해 라이스 샐러드(Rice Salad)의 개념을 도입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입맛에 맞춰
밥·토핑·소스 4종류씩 개발
메뉴 구성은 주로 비비고라이스와 비빔밥, 돌솥 비빔밥, 타파스를 기본으로 했고, 소주칵테일, 복분자주, 생막걸리와 다양한 와인 등의 주류와 소다류 음료를 제공한다. 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밥의 종류도 백미, 발아현미밥, 흑미밥, 찰보리밥의 4가지로 선보인다.
비빔밥 소스로는 취향에 따라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단맛을 더한 고추장과 참깨, 쌈장, 레몬 간장 소스 등 4가지 종류가 제공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한국인의 입맛엔 역시 고추장에 참깨 소스를 더한 게 제격인 듯.
현지인에 맞춘 新 메뉴 개발
룩은 웨스턴 맛은 코리안
굳이 비비고의 성공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메뉴 전략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온갖 인종이 섞여있는 ‘거대한 멜팅팟’ 비벌리힐스를 찾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이번 시즌에 새롭게 개발된 메뉴를 한 번 보자.
우선 그린타코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대표적인 멕시칸 음식 타코를 본따 새롭게 선보인 그린타코는, 살사 소스만이 아닌 초절임한 무쌈 등 한국적인 재료를 가미해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맛으로 튜닝했다.
신선한 오징어를 바싹 튀겨낸 칼라마리도 인기 메뉴다. 심플하게 손질한 오징어에 감자전분을 입혀 깔끔하게 튀겨내는 것이 포인트다. 여기에 고추장 베이스에 마요네즈를 섞은 퓨전 소스가 이곳 단골들의 인기 아이템이다.
개념 웰빙食 다이어터들에게 인기
부촌 비벌리힐스서 ‘음식 한류’ 첨병
흑미 밥에다 해물을 다져 넣고 정성스레 튀겨낸 블랙 라이스 고로케 역시 참 맛있다.살사 소스에 아르골라와 곁들여 먹도록 개발된 이 메뉴는 마늘 장아찌의 알싸한 맛과 고추의 매운 맛이 더해 세련된 맛을 자랑한다.
고추장 베이스에 토마토를 듬뿍 넣어 만든 치킨 스튜도 반응이 좋다. 다분히 한국적인 ‘닭볶음탕’에 가깝지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튜 형식으로 만들어 매콤하면서도 토마토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입 털어넣으면 목구멍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 또한 룩은 한국적이지만 맛은 미국적인 메뉴라 할 수 있다.
맵지 않으면서도 상큼 칼칼한 골동면도 강추. 고소한 메밀면에 신선한 새싹과 다채로운 나물 그리고 닭가슴살을 곁들여 겨자간장 소스에 살포시 비벼먹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식사를 마치고도 디저트를 위한 공간이 남아있다면 호떡 위에 달콤하게 올라앉은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할 수 있다. 또다른 디저트로 고소한 맛이 그만인 ‘흑임자 두부 판타코타’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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