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를 삼일교회로 떠나보낸 서울 노량진 소재 강남교회가 새 담임으로 고문산 목사(44세)를 맞았다.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결코 가볍지 않은 두 이름으로 인해 강남교회도 최근 몇 달간 본의 아니게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남교회는 비교적 빨리 상황을 정리했고, 이제 40대 초반인 고문산 목사를 변화의 중심에 세웠다.
앞선 이의 족적이 뚜렷했던만큼 그 뒤를 잇는 자는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 마련이다. 우선은 부담이 크다. “큰 산 앞에 선 기분”이라는 고 목사의 표현처럼, 송태근 목사라는 존재는 고 목사에겐 넘어야 할 산과 같다.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을 수 없겠다.
그렇다고 부담만 있느냐, 아니다. 앞선 주자가 빨랐던만큼 바통은 더 빨리 건네진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문산 목사는 훌륭했던 선배의 유산을 은혜처럼 이어받았다. 그것은 송 목사가 일궈놓은 교회의 토양일 수도 있고, 송 목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평소 존경해 왔다”는 선배이자 스승이 이젠 그의 멘토가 된 것이다.
지금은 그저 배우는 기간
이런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새로운 항해의 시작을 준비하는 고 목사. 그 마음은 어떨까. 고 목사는 “조심스럽다. 아직 어리니까 혹시 실수는 하지 않을까, 담임이라고 무례하게 굴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있다”며 “당분간은 그저 배우려 한다. 교회 구석구석을 다니고 듣고 보면서, 그렇게 강남교회 담임목사로 점점 만들어져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비전이 없다”는 그 앞에서 잠시 머뭇하기도 했었다. 멋진 포부와 근사한 계획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너무 당연하다. 집을 짓기 전에 설계도부터 그리는 게 순서이듯, 고 목사도 비전 제시에 앞서 그가 놓인 현실부터 알고 싶었던 거다.
“뭘 해야겠다는 것보다 일단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할 생각입니다. 전임 송태근 목사님 말씀 중에 ‘처음 10년은 교회가 목회자를 키웠고 그 다음 10년은 목회자가 교회를 키웠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배우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나를 교회에 맞추자, 이런 마음입니다.”
그래도 그만이 가진 신앙의 강조점은 있지 않을까.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고 목사는 “이 교회를 위해 기도해 오지 않았는데도 내가 담임이 된 것은 분명 하나님의 어떤 뜻과 계획이 있어서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강남교회는 말씀 중심으로 잘 다져져 왔다. 이제 그 말씀을 삶에 스며들게 하는 기도의 힘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평신도들이 좀 더 사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지 대형교회라는 이유로 비판해선 안돼
조심스레 가만가만 얘기하던 그도, 평소 생각해 오던 부분에 대해서는 젊은 목사답게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고 목사는 강남교회에 오기 전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사역했다. 그에게 대형교회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비판에 직면한 현실과 그 역할에 대해서.
“사랑의교회에 있으면서 하나님께서 대형교회를 통해 어떻게 일하시는가를 많이 느꼈습니다. 부정적인 요소가 분명 있겠지만 대형교회가 가진 시대적 사명 또한 있다고 봐요. 일종의 영적 허브로서 시대와 시대, 지역과 지역을 잇는 하나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대형교회가 아니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일 겁니다. 그러므로 단지 대형교회라는 것 때문에 비판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역할을 잘 감당하느냐, 그런 점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고 목사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세습이니 물질적이니 하는 말들로 교회가 많은 비판을 받으니까 자칫 패배의식에 젖을 수 있다”며 “교회들이 위축되지 말았으면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드러내고 세상으로 나가 섬겨야 한다. 하나님께서 울리시는 경종을 듣고 더욱 긴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안에서 자꾸 썩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의 청년들, 남들 가지 않는 길 갔으면
그에게 청년에 대해 묻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량진에서 강남교회가 갖는 상징성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청년들이 이곳, 노량진에서 입시라는 상대와 분투하다 좌절과 희열을 경험한다. 고 목사 역시 생의 한때를 이 거리에서 보낸 적이 있기에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지금과 같은 암울한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과연 어떤 비전을 줄 것인가…, 참 많이도 고민했고 기도했던 주제입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예수님을 믿는 자라면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진 말아야 한다는 거죠. 남들과 같은 욕심에서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그렇게 결혼도 하는…, 그런 인생이라면 하나님을 너무 이기적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아는 청년들은 다른 이들이 잘 가려 하지 않는 길을 갔으면 해요. 좀 더 길고 넓게 보면서. 앞으로 통일도 될 것이고…. 우리를 기다리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질 테니 말이죠.”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
“매주 설교로 인해 거룩한 부담을 느낀다”는 고문산 목사. 처음이라는 자리의 공식처럼, 그에게도 불안과 기대, 두려움과 설렘이 한데 얽혀 있다. 그것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어떤 모양을 만들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강남교회는 그렇게 이 젊은 목사와 함께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교회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다 배울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면 앞으로 열심히, 제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할 것입니다.”
고문산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B.A.)를 졸업하고 동 신학대학원(M.Div.)과 일반대학원(Th.M.)을 나왔다. 독일 본(Bonn)대학교를 수료한 후, 현재 총신대 일반대학원에서 실천신학으로 박사학위(Th.D.)를 공부 중이다. 람원교회와 사랑의교회 부목사를 거쳐, 지난 10월 28일 강남교회 담임목사로 정식 부임했다.
앞선 이의 족적이 뚜렷했던만큼 그 뒤를 잇는 자는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 마련이다. 우선은 부담이 크다. “큰 산 앞에 선 기분”이라는 고 목사의 표현처럼, 송태근 목사라는 존재는 고 목사에겐 넘어야 할 산과 같다.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을 수 없겠다.
그렇다고 부담만 있느냐, 아니다. 앞선 주자가 빨랐던만큼 바통은 더 빨리 건네진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문산 목사는 훌륭했던 선배의 유산을 은혜처럼 이어받았다. 그것은 송 목사가 일궈놓은 교회의 토양일 수도 있고, 송 목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평소 존경해 왔다”는 선배이자 스승이 이젠 그의 멘토가 된 것이다.
지금은 그저 배우는 기간
이런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새로운 항해의 시작을 준비하는 고 목사. 그 마음은 어떨까. 고 목사는 “조심스럽다. 아직 어리니까 혹시 실수는 하지 않을까, 담임이라고 무례하게 굴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있다”며 “당분간은 그저 배우려 한다. 교회 구석구석을 다니고 듣고 보면서, 그렇게 강남교회 담임목사로 점점 만들어져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비전이 없다”는 그 앞에서 잠시 머뭇하기도 했었다. 멋진 포부와 근사한 계획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너무 당연하다. 집을 짓기 전에 설계도부터 그리는 게 순서이듯, 고 목사도 비전 제시에 앞서 그가 놓인 현실부터 알고 싶었던 거다.
“뭘 해야겠다는 것보다 일단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할 생각입니다. 전임 송태근 목사님 말씀 중에 ‘처음 10년은 교회가 목회자를 키웠고 그 다음 10년은 목회자가 교회를 키웠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배우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나를 교회에 맞추자, 이런 마음입니다.”
그래도 그만이 가진 신앙의 강조점은 있지 않을까.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고 목사는 “이 교회를 위해 기도해 오지 않았는데도 내가 담임이 된 것은 분명 하나님의 어떤 뜻과 계획이 있어서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강남교회는 말씀 중심으로 잘 다져져 왔다. 이제 그 말씀을 삶에 스며들게 하는 기도의 힘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평신도들이 좀 더 사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지 대형교회라는 이유로 비판해선 안돼
조심스레 가만가만 얘기하던 그도, 평소 생각해 오던 부분에 대해서는 젊은 목사답게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고 목사는 강남교회에 오기 전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사역했다. 그에게 대형교회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비판에 직면한 현실과 그 역할에 대해서.
“사랑의교회에 있으면서 하나님께서 대형교회를 통해 어떻게 일하시는가를 많이 느꼈습니다. 부정적인 요소가 분명 있겠지만 대형교회가 가진 시대적 사명 또한 있다고 봐요. 일종의 영적 허브로서 시대와 시대, 지역과 지역을 잇는 하나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대형교회가 아니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일 겁니다. 그러므로 단지 대형교회라는 것 때문에 비판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역할을 잘 감당하느냐, 그런 점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고 목사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세습이니 물질적이니 하는 말들로 교회가 많은 비판을 받으니까 자칫 패배의식에 젖을 수 있다”며 “교회들이 위축되지 말았으면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드러내고 세상으로 나가 섬겨야 한다. 하나님께서 울리시는 경종을 듣고 더욱 긴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안에서 자꾸 썩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의 청년들, 남들 가지 않는 길 갔으면
그에게 청년에 대해 묻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량진에서 강남교회가 갖는 상징성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청년들이 이곳, 노량진에서 입시라는 상대와 분투하다 좌절과 희열을 경험한다. 고 목사 역시 생의 한때를 이 거리에서 보낸 적이 있기에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지금과 같은 암울한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과연 어떤 비전을 줄 것인가…, 참 많이도 고민했고 기도했던 주제입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예수님을 믿는 자라면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진 말아야 한다는 거죠. 남들과 같은 욕심에서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그렇게 결혼도 하는…, 그런 인생이라면 하나님을 너무 이기적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아는 청년들은 다른 이들이 잘 가려 하지 않는 길을 갔으면 해요. 좀 더 길고 넓게 보면서. 앞으로 통일도 될 것이고…. 우리를 기다리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질 테니 말이죠.”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
“매주 설교로 인해 거룩한 부담을 느낀다”는 고문산 목사. 처음이라는 자리의 공식처럼, 그에게도 불안과 기대, 두려움과 설렘이 한데 얽혀 있다. 그것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어떤 모양을 만들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강남교회는 그렇게 이 젊은 목사와 함께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교회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다 배울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면 앞으로 열심히, 제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할 것입니다.”
고문산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B.A.)를 졸업하고 동 신학대학원(M.Div.)과 일반대학원(Th.M.)을 나왔다. 독일 본(Bonn)대학교를 수료한 후, 현재 총신대 일반대학원에서 실천신학으로 박사학위(Th.D.)를 공부 중이다. 람원교회와 사랑의교회 부목사를 거쳐, 지난 10월 28일 강남교회 담임목사로 정식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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