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을 듯한 기세로 20년 가까이 세계 1위 휴대폰 메이커로 군림했던 '휴대폰 왕국' 노키아의 몰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5년 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노키아의 올 1분기 점유율은 8%로 급감했다. 영국의 한 휴대폰 매장의 경우 전시된 많은 스마트폰 가운데 노키아폰은 단 두대, 더구나 소비자들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 등의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중•후진국에서는 중국 ZTE, 화웨이 등 신흥 제품에 각각 치여 협공당하고 있는 탓이다. 노키아는 올 1분기 피처폰(일반휴대폰)을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14년 만에 2위로 밀려났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아예 노키아의 신용등급을 투기(정크•junk)등급으로 강등했다. 주가는 10여년 전의 20분의 1로 줄었고, 시장 조사기관 '밀워드브라운'이 매긴 노키아의 브랜드 순위는 2008년 세계 9위에서 지난해 81위로 추락했다. 정확히 3년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1998년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1위 휴대폰 기업이 된 노키아는 경이로운 '성공 기업'의 대명사였다. 한때 북유럽 핀란드 전체 수출액의 23%를 혼자 일궈낸 '국민 기업'이자 520만 핀란드 국민들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던 노키아가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처지가 된 데 대해 많은 분석이 있지만, 공통된 결론은 1등 기업의 영원한 숙제, 즉 '이카루스의 패러독스(Icarus Paradox)'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으로 몸에 붙인 다음 하늘을 날지만, 너무 높이 올라 태양의 뜨거운 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해버린 비운(悲運)의 주인공이다. 기업으로 치면 현장의 혁신능력을 상실한 채 스스로 만든 덫에 빠져 망한다는 얘기다.
1위 자리를 뺏기고 주가가 10년 새 20분의 1토막난 노키아는 '1등 기업의 저주'에 맞서 발버둥쳤다. 1996년부터 스마트폰을 꾸준히 선보였고 애플 아이폰 출시 2년 전인 2005년에는 터치스크린폰도 내놓았다. 그러나 '터치스크린폰은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연구를 중단했다. 애플 아이폰이 세상을 평정한 후인 2008년 말 노키아는 터치스크린폰 제품을 다시 내놓았지만 너무 늦었다. 노키아폰의 운영체계였던 심비안은 구글 안드로이드나 아이폰보다 정교함이 훨씬 떨어졌다. 통화 위주 휴대폰을 핵심으로 하고 인터넷 같은 서비스는 덧붙이면 된다'는 기존 비즈니스 성공 틀에 사로잡혀 외부 변화에 둔감했던 게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던 셈이다. 글로벌 1등 자리에서 쫓겨나 평범한 회사가 된 모토로라•소니 같은 기업들의 전철(前轍)을 노키아도 따라갈 것인가? 철옹성 같던 노키아가 몰락하는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10년 만에 3분의 1은 사라져버리는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정글에서 노키아는 또 하나의 제물이 될 것인가?
핀란드인으로서 모바일 경영컨설턴트인 토미 에이호넌(Ahonen)은 노키아 본사의 글로벌 컨설팅 부서장으로 3년 동안 일해 전 세계 여느 IT전문가보다 노키아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그가 보는 노키아의 결정적인 패인(敗因)은 '전략적 실수'와 '전술적 실수'를 동시에 범했다는 점이다. '전략적 실수'란 1등기업 유지를 위한 비용관리에만 집중하다 보니 조직의 현실 안주(安住)화와 보수성을 초래했다는 것. '전술적 실수'로는 경영진의 판단 미스를 꼽았다. 세계 유명 MBA(경영대학원)의 성공사례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온 노키아는 최전성기인 2006년,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Kallasvuo)가 CEO가 된 후 관료화 현상이 본격화됐다. 법률•회계전문가인 그는 어떤 사업을 하건 '비용관리'를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보다 재무 파트의 발언권이 세졌다. 주요 시장인 인도에선 휴대폰 수리 조직을 아웃소싱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예전과 같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품질은 좋아지지 않는데 소비자 불만은 쌓여간 것이다."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매우 실행력 강한 '혁신 회사'였다. 어떤 아이디어가 제안되면 이탈리아•미국•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의 노키아 연구소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신랄한 질문이 쏟아졌다. 매우 놀라운 조직이었다. 이후 일취월장한 노키아 종업원 수는 두 배가 커져 한때 13만명까지 늘었다. 거대조직이 되면 비대한 조직의 특징인 관료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조직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고, 급증하는 비용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적당히 숨어있기 좋은 환경이지만, 보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직원들은 홀대 받거나 의욕을 상실하고 퇴사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유능한 모바일 인력들이 노키아를 떠나 애플과 삼성, 블랙베리 등으로 몰려갔다."
애플 아이폰이 2007년에 처음 나왔을 때 노키아의 반응은? "아이폰을 일종의 '조크(joke)'라고 봤다. 그다지 매력적인 제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노키아는 아이폰이 나오기 2년 전 터치스크린폰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오판(誤判)이었다." "대부분의 시장에서 1등의 몰락은 항상 존재했다. 그런데 모바일 산업에서 1등의 추락 그래프는 훨씬 더 가파르다. 모바일 제품 시장의 평균 사이클은 15개월인데, 모바일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18개월이 걸린다. 이제 막 개발한 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이를 만회할 길이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1등하기 까지는 1등을 추월하기 위해 필사적인 자세로 뛰지만 일단 1등을 하고나면 앞에 있던 1등이 사라지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스피드가 자신도 모르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추락이 시작됐음을 알면서도 즉시 돌이킬 수 없는 이유는 자만과 해이는 췌장암처럼 이미 늦은 때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CEO 야나이 다다시는 성공은 하루만에 잊어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공을 잊지 않기 때문에 성공을 잃어 버리기 때문이다. 자각 증상이 없는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1998년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1위 휴대폰 기업이 된 노키아는 경이로운 '성공 기업'의 대명사였다. 한때 북유럽 핀란드 전체 수출액의 23%를 혼자 일궈낸 '국민 기업'이자 520만 핀란드 국민들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던 노키아가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처지가 된 데 대해 많은 분석이 있지만, 공통된 결론은 1등 기업의 영원한 숙제, 즉 '이카루스의 패러독스(Icarus Paradox)'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깃털로 만든 날개를 밀랍으로 몸에 붙인 다음 하늘을 날지만, 너무 높이 올라 태양의 뜨거운 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해버린 비운(悲運)의 주인공이다. 기업으로 치면 현장의 혁신능력을 상실한 채 스스로 만든 덫에 빠져 망한다는 얘기다.
1위 자리를 뺏기고 주가가 10년 새 20분의 1토막난 노키아는 '1등 기업의 저주'에 맞서 발버둥쳤다. 1996년부터 스마트폰을 꾸준히 선보였고 애플 아이폰 출시 2년 전인 2005년에는 터치스크린폰도 내놓았다. 그러나 '터치스크린폰은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연구를 중단했다. 애플 아이폰이 세상을 평정한 후인 2008년 말 노키아는 터치스크린폰 제품을 다시 내놓았지만 너무 늦었다. 노키아폰의 운영체계였던 심비안은 구글 안드로이드나 아이폰보다 정교함이 훨씬 떨어졌다. 통화 위주 휴대폰을 핵심으로 하고 인터넷 같은 서비스는 덧붙이면 된다'는 기존 비즈니스 성공 틀에 사로잡혀 외부 변화에 둔감했던 게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던 셈이다. 글로벌 1등 자리에서 쫓겨나 평범한 회사가 된 모토로라•소니 같은 기업들의 전철(前轍)을 노키아도 따라갈 것인가? 철옹성 같던 노키아가 몰락하는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10년 만에 3분의 1은 사라져버리는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정글에서 노키아는 또 하나의 제물이 될 것인가?
핀란드인으로서 모바일 경영컨설턴트인 토미 에이호넌(Ahonen)은 노키아 본사의 글로벌 컨설팅 부서장으로 3년 동안 일해 전 세계 여느 IT전문가보다 노키아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그가 보는 노키아의 결정적인 패인(敗因)은 '전략적 실수'와 '전술적 실수'를 동시에 범했다는 점이다. '전략적 실수'란 1등기업 유지를 위한 비용관리에만 집중하다 보니 조직의 현실 안주(安住)화와 보수성을 초래했다는 것. '전술적 실수'로는 경영진의 판단 미스를 꼽았다. 세계 유명 MBA(경영대학원)의 성공사례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온 노키아는 최전성기인 2006년,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Kallasvuo)가 CEO가 된 후 관료화 현상이 본격화됐다. 법률•회계전문가인 그는 어떤 사업을 하건 '비용관리'를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보다 재무 파트의 발언권이 세졌다. 주요 시장인 인도에선 휴대폰 수리 조직을 아웃소싱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예전과 같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품질은 좋아지지 않는데 소비자 불만은 쌓여간 것이다."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매우 실행력 강한 '혁신 회사'였다. 어떤 아이디어가 제안되면 이탈리아•미국•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의 노키아 연구소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신랄한 질문이 쏟아졌다. 매우 놀라운 조직이었다. 이후 일취월장한 노키아 종업원 수는 두 배가 커져 한때 13만명까지 늘었다. 거대조직이 되면 비대한 조직의 특징인 관료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조직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고, 급증하는 비용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적당히 숨어있기 좋은 환경이지만, 보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직원들은 홀대 받거나 의욕을 상실하고 퇴사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유능한 모바일 인력들이 노키아를 떠나 애플과 삼성, 블랙베리 등으로 몰려갔다."
애플 아이폰이 2007년에 처음 나왔을 때 노키아의 반응은? "아이폰을 일종의 '조크(joke)'라고 봤다. 그다지 매력적인 제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노키아는 아이폰이 나오기 2년 전 터치스크린폰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오판(誤判)이었다." "대부분의 시장에서 1등의 몰락은 항상 존재했다. 그런데 모바일 산업에서 1등의 추락 그래프는 훨씬 더 가파르다. 모바일 제품 시장의 평균 사이클은 15개월인데, 모바일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18개월이 걸린다. 이제 막 개발한 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이를 만회할 길이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1등하기 까지는 1등을 추월하기 위해 필사적인 자세로 뛰지만 일단 1등을 하고나면 앞에 있던 1등이 사라지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스피드가 자신도 모르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추락이 시작됐음을 알면서도 즉시 돌이킬 수 없는 이유는 자만과 해이는 췌장암처럼 이미 늦은 때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CEO 야나이 다다시는 성공은 하루만에 잊어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성공을 잊지 않기 때문에 성공을 잃어 버리기 때문이다. 자각 증상이 없는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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