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가 교리에 대해 연구·조사는 할 수 있지만, 정죄하거나 판단할 권한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리 재판은 총회 재판국을 통해 정식 재판을 열어 소명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법 전문가인 황규학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로앤처치에 게재한 글에서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원칙은 형법 없이 형벌이 없고, 나아가 재판 없이는 형벌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제까지 본 교단 이대위는 재판도 없이 형벌을 내려 왔는데, 이는 형식적으로 연구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단 정죄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윤석전·박윤식·박철수·전태식 목사 등 수많은 이들이 재판도 없이 이단 정죄를 당해왔다는 것.

황규학 목사는 “그들의 교리에 대해 연구·조사할 수는 있지만, 그들을 정죄하고 판단할 권한이 예장통합 이대위에 존재하느냐”고 반문한 뒤 “마치 이단성이 있다고 연구한 것만으로 이단으로 정죄하는 형태를 띠었고, 특히 언론들은 직접 광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입어왔다”고 지적했다.

이대위는 교단 산하 교인들이 미혹에 빠지지 않고 신앙을 수호할 수 있기 위해 경계심을 갖고 교단이 추구하는 신학과 다른 것을 전하거나 개혁신학에서 요구하는 다른 신학을 갖고 포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조사하는 것이 원래 목적인데, 자신들의 연구가 총회에서 채택되면 마치 이단이 된 것처럼 정죄했다는 것이다.

같은 이단성 행위 해도 통합 소속은 ‘주의’, 타 교단은 ‘이단’
타 교단 소속은 소명 기회도 없어… 자신도 모르게 ‘이단’ 돼


특히 “예장통합 이대위는 타 교단 목사나 단체에 대해서는 거의 ‘이단성 있다’고 판단하고, 본 교단 목사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촉구한다’, ‘매우 부적절한 처사’, ‘해명서에 근거하여 더 이상 문제삼기 않기로 하다’ 등 관대하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박윤식이나 이재록은 직통계시나 가계저주론을 주장했다는 명목으로 이단 정죄했지만, 예장통합 소속 이성희 목사(포항남노회)는 가계저주론과 직통계시를 주장했음에도 ‘말이 지나치게 표현됐다’고 판단했다는 것.

불신자 전도 프로그램이라는 소위 ‘알파코스’에 대해서도 이윤호 목사를 정죄할 때는 이단 사유로 봤지만, ‘금이빨’ 사역으로 유명한 류영모 목사의 경우 해명서 한 장만 받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류 목사는 이후 전 이대위원장 최삼경 목사가 이끌고 있는 <교회와신앙> 발행인이 됐고, 올해 교단 서기가 됐다.

황규학 목사는 “그러나 이윤호 목사에게는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교단 방침”이라며 “이런 식으로 특정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연구한 결과를 총회에 보고하고 (별다른 검토나 논란 없이) 총회가 채택하면 그냥 자동으로 이단 정죄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예장통합 이대위는 이단정죄 방식과 연구에 형평성을 상실했고, 총회 재판국의 영역인 교리 재판까지 스스로 담당하는 직권남용까지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황 목사는 “타 교단 사람들에게는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일방적으로 이대위가 발표한 것을 총회에서 채택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교리 재판을 해온 셈”이라며 “더군다나 타 교단 목사들에 대해서는 소명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장통합 이대위 운영지침에는 조사 대상자가 교단 소속 인사일 경우 서면 답변서와 현장 방문조사를 실시하지만, ‘공신력 있는 타 교단 소속 인사’일 경우 조사 분과에서 필요한 현장 또는 자료 조사를 시행하고, 해당 교단 본부에 이첩하여 공식 답변을 의뢰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기타 조사 대상자’의 경우 현장 조사나 답변서 요청이 어렵다며 문서·녹취 자료를 확보하는 것으로 보고서 작성을 끝내게 돼 있다.

지침에 따르면 결국 통합교단 소속이 아닐 경우 당사자는 아무런 소명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을 통합 이대위에서 연구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이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대위는 재판 기관이 아니라 연구 기관일 뿐

황 목사는 “이단옹호언론에 대해서도 이대위가 판단해선 안 되고, 총회 재판국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에 언론출판 결사의 자유가 있고, 교단 헌법에도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부여돼 있는데 이대위가 특정 언론에 일방적으로 족쇄를 다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전했다.

이대위는 재판기관이 아니라 연구기관에 불과하므로, ‘이단이다’, ‘이단 옹호자이다’는 단정적 표현도 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앤처치는 “단지 ‘이단성이 사료된다’, ‘주의가 요구된다’, ‘대상자들의 신학에 문제가 있다’, ‘그들의 집회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도로 끝내야 한다”며 “마치 자신들이 이단 최종 판정기관인 양 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정상적 재판절차 없이 이대위 연구결과가 총회에서 채택된 것만으로는 이단 정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해당 언론의 결론이다. 이들은 “교리 재판이 진행돼 변호인 선임권과 피고측 답변서 제출, 법정 변론과 최종 진술 등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미란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모두 공소권이 없듯, 이대위는 미란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리 재판을 한 것이니 그 자체가 무효”라고 분석했다.

이때까지 재판 없이 다른 교단 목회자를 이단 정죄한 행태에 대해서는 재심 기회를 부여하고, 기본 재판 절차에 입각해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황 목사는 “적어도 장자 교단이라면 타 교단에게까지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형평성 원칙과 ‘이단·사이비법’ 없이 이단으로 정죄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정신은 알아야 하지 않겠나”며 “앞으로 예장통합 교단은 재판 없이 함부로 이단으로 정죄하고 판단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같은 주장에 대해 통합 내 다른 교회법 전문가들도 설득력 있다고 공감하고 있으며, 한기총에서도 이를 전적으로 수용해 향후 이대위 활동에 반영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