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여배우들에 대한 피습과 살해 협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도리어 피해 여성들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 서쪽지역에 사는 아레자와 타마나 자매는 최근 이웃 남성 6명의 매질과 칼부림 공격을 받아 부상했다. 또 당시 자매와 한 집에서 생활하던 친구 베나프샤는 목숨을 잃었다.
세 여성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현지 TV드라마에 출연 중이었으며, 주변에 그들을 '보호'해 줄 남자 친인척이 없었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다. 아프간 북부 출신의 아레자와 타마나 자매는 고아로, 남편과 이혼 후 마찬가지로 혼자가 된 베나프샤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바로 그 공통점이 세 여성 중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두 생존자에게는 범죄자의 낙인을 찍었다.
현재 구금 중인 이 자매의 죄목은 '도덕범죄'다. 이들은 매춘과 베나프샤 살해에 대한 공모 혐의로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정작 공격을 자행한 남성들에 대한 처벌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와치(HRW)의 한 아프간 전문가는 현지 사회에서 "남자 친지 하나 없이 여자끼리만 사는 거주형태는 매우 드문 일인만큼 경찰과 이웃 모두 이들이 집창촌을 운영했을 것이라 확신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자매는 사건 발생 직후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고 곧장 감옥으로 호송돼 치욕적인 '처녀성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찰 측은 이들이 주변과 '불법적인 관계'를 맺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법의학사무소의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수사결과 베나프샤가 사건 발생 며칠 전에 공격에 가담한 남성 일부의 성행위 요구를 거절해 이들과 마찰을 빚은 일이 있었다면서, 여배우라는 직업은 피습 이유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이웃주민은 "남성들이 베나프샤가 TV에서 남자와 함께 연기했다며 수군거리는 것을 자주 들었다"면서 "사람들의 증오가 그녀를 죽인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 여성은 자신들을 바라보던 이웃의 좋지 않은 시선을 견디다 못해 이사를 계획했고, 트럭에 마지막 짐을 싣고 막 마을을 떠나려던 차에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이다.
한편, 이들과 같은 TV드라마에 출연 중인 또 다른 현지 여배우 사하르 마르니얀 역시 최근 잇따른 살해협박 전화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 집을 떠나 은둔 중이다.
간혹 꼭 외출을 해야 할 때면 마르니얀은 그간 착용을 거부해 온 부르카로 온몸을 꽁꽁 감싼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를 맡은 한 경찰간부는 "세 여성의 낮은 교육수준으로 짐작건대 이들은 매춘 외에는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는 일부 무리간 갈등이 터진 것일 뿐 사회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경찰은 이어 "여성이 남성의 요구를 거부하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