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4년 전인 2008년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정강에 나타난 대북 정책은 '외교적 노력을 통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재임 기간의 북한 행동과 핵개발 강행 등을 반영해 '제재를 통한' 정면 대응 쪽으로 바뀐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에 대한 정책은 주한 미군을 유지하고 동맹 관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달라진 게 없다.


아시아 정책은 2008년 강령 내용이 '지도력을 유지한다'는 정도였으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아시아 최우선 주의'가 확고해졌고 중국에는 국내 및 국제 사회의 책무를 더 강하게 요구했다.


◇ 북한 핵 문제 = 4년 전 정강에서는 '북한의 비핵화(De-Nuclearize North Korea)'라는 항목에서 "북한의 핵연료 및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끝낼 수 있게 하는 어떤 외교적 노력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한과 직접적 외교 관계를 지속하는 한편 6자 회담을 통해 동맹국과 공동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보다는 외교적 노력에 방점을 찍었던 셈이었다. 그러면서 이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이 국제 동맹국들에 반대 신호를 줬던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북한, 쿠바, 미얀마(버마), 짐바브웨, 수단의 억압받는 국민 편에 서겠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올해 민주당 정강은 국제 사회 의무를 무시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 대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강령의 '북한'이라는 항목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정면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북한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제 의무를 무시하는 또 하나의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냉혹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핵화를 향한 증명 가능한 조처를 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과 국제 공동체로부터의 지속적인 고립과 대가에 직면할 것이냐다. 또 이것이 오바마 행정부가 세계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가혹하고 다자적인 제재를 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다른 국가나 비국가행위자(non-state entities), 즉 국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테러리스트나 국제 무기 암거래 조직 따위에 핵무기나 핵물질을 이양하는 것을 미국과 다른 동맹에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북한이 그런 행동의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년 전보다 대북 정책이나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한층 강경해졌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 한국·아시아 정책 =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 인권을 위해 주요국과의 유대를 굳건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 호주, 한국, 태국, 필리핀 등 동맹과의 강한 관계를 지속하고 인도와 같은 민주적 파트너와 유대를 심화한다는 것이다. 양자 협상, 비정례 정상회담, 임시 외교 회의 등을 넘어선 효율적인 대화 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대만과 평화적 관계 추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기후변화나 무역, 에너지 등의 공동 관심사에 참여해야 하며 좀 더 개방된 사회와 시장주의를 토대로 한 경제로 옮겨가야 하고 언론·표현의 자유나 인터넷 검열 중단, 티베트인의 권리 신장 등을 포함해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정강에서 민주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 외교 정책의 '재균형(rebalance)'에 초점을 맞추고 동맹 강화와 파트너 확대에 큰 관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태평양을 매개로 미국이 이 지역에 속해 있다는 인식에 일부 기반을 둔 동시에 미국의 미래 안전과 번영이 기본적으로 아시아와 연관돼 있다는 인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지역이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권역이고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 지역과 미래를 형성하는데 더 큰, 그리고 장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전략적 결정을 할 것이라고 정강은 강조했다. 또 아시아·태평양 최우선주의에 따라 현대화된 국방력을 배치할 것이다. 북한 등의 도발을 억지하고 방어하고자 일본과 한국의 주둔군을 유지하는 한편 남중국해 분쟁 등에 대비해 동남아와 호주 주둔군도 향상시키겠다고도 했다.


중국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이란을 비핵화하는데 미국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만큼 협조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경제 개혁, 무역 개방, 인권 강화 등에서 국제적인 기준과 역할을 지켜야 한다고 전제했다.


중국이 쉽게 인정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정강에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봉쇄하려는 명분을 쌓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