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를 이유로 공립대 입학이 거부된 재미교포 여학생이 동부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다. 신분의 굴레를 딛고 당당히 뉴욕주 소재 시러큐스대에 합격한 김은진(21.영어명 키시 김)씨가 그 주인공.

김씨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4년간 기숙사비를 포함해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이 결정됐다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았다"며 "일단 정치학과로 입학하지만 다른 학문을 두루 공부해 내게 맞는 적성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학 지원서에 포함되는 수필에 불법체류자임을 밝히고 그동안 조지아주의 반이민법에 맞서 불법체류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해온 사실과 미국 불법이민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 조지아주 애틀랜타 집을 떠나 시러큐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관광비자로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건너오고 나서 새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애틀랜타의 중·고교를 졸업하고 명문 사립대에 합격했지만 체류 신분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해 입학을 포기했다.

학비가 싼 공립대인 조지아대를 두드렸지만 주 정부와 의회가 불법체류자의 공립대 입학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학생들과 뜻을 모아 `조지아주 서류미비 학생 동맹(GUYA)'을 결성하고 투쟁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해 11월 주의사당에서 열린 조지아주 대학평의회에 서류미비 학생 대표로 출석, "우리는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며, 따라서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고, AP 통신은 그가 증인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타전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후 조지아대 교수들이 서류미비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봉사기관인 `프리덤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계속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불법체류 문제를 조명한 연합뉴스의 특집 보도에 응해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미국은 내 나라이고 내 가족이 사는 나라다. 여기서 나갈 이유도, 떠날 이유도 없다"며 "경찰에 잡혀서 추방 재판을 받더라도 자신이 있다. 반드시 학업의 꿈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