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감옥과 같은 북한의 (인권) 상황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김정일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초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한 책 `14호 수용소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을 펴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블레인 하든 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동아시아 특파원은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하든은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결혼이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세기의 결혼'과 같이 서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 '엠에스엔 나우(msn NOW)'가 김정은의 최근 행보에 대해 보도하면서 "여성들이여 유감이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북한 지도자는 이미 `품절남(off-the-market)'"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든은 그러나 "우리가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희망을 걸거나 감상에 빠지기 전에 북한이 여전히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지 7개월이 지난 현재 북한은 그의 아버지 김정일 때보다 오히려 더 감옥 같은 모습"이라면서 "약 2만명의 군대가 중국 국경수비를 위해 투입되면서 탈북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만약 이런 통제가 계속된다면 지난 10여년간 일부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음식, 옷, 비디오 제품 등을 구하려고 드나들고 정보유통의 경로가 됐던 `반투과성' 국경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든은 이와 함께 "김정은 부부가 미니 골프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악명높은 정치수용소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면서 "수감자들이 여전히 살해되고 굶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한 뒤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김정은에게 인권은 성가신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국가별 인권보고서와 관련해 미국을 `인권유린의 왕초'라고 비난하고 탈북자를 `인간 쓰레기'로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을 시도할지 예견하는 것은 아직 이르기 때문에 새 지도자와 잘 차려입은 그의 아내가 놀이공원에 있는 장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며 "(경제개혁 의지를) 증명할 때까지는 그는 여전히 아버지(김정일)의 아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최근 김정은의 행보를 비롯한 북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31일 "주목할만한 움직임이고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데 한국과 미국 양국이 비슷한 의견이지만 예단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