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유럽 최대은행 HSBC그룹이 미국의 제재 규정에 반해 북한과 2007년까지 거래한 것으로 미 상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HSBC가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 7년간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통로 역할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 "HSBC, 2005년과 2007년에 北계좌 다수 확인" = 16일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조사소위가 공개한 `돈세탁 및 테러방지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 보고서에 따르면 HSBC는 북한을 비롯해 이란, 수단, 미얀마 등 제재대상에 오른 개인 또는 기관 및 기업과 거래했다.


2005년 8월 HSBC의 국제 법인영업부문 대표인 마크 스미스가 HSBC 계열사에 회람한 서신은 "북한 계좌 3건이 있고 이들 계좌의 폐쇄를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해당 은행들로부터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다른 HSBC 내부문서는 또 2007년 5월자로 HSBC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지사들에서 북한 고객들에게 미 달러화 계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지사인 HBMX에 자산 4만6천달러를 넘는 북한 고객 계좌 9건이 있고, 이중 7개는 미 달러화와 멕시코 페소화 자산을 합치면 계좌 자산이 230만달러가 넘는다고 확인했다.


2005~2007년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금융 제재를 받은 시기다. 은행은 뒤늦게 북한과 모든 업무 관계를 해지했다고 내무 문건에 기록했다.


그러나 HSBC는 HSBC 미국지사에 지난 2010년 4월까지도 북한의 조선무역은행(Foreign Trade Bank of DPRK) 명의로 된 달러 계좌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 계좌에서 달러화 거래는 지난 2007년 이래 있지 않았다.


HSBC 미국지사는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들의 자금 모집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 아라비아와 방글라데시 은행들과도 거래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AP통신 등이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관리감독 부실로 돈세탁 방지 실패" = 상원 조사소위는 HSBC가 관리ㆍ감독 부실로 지난 7년간 멕시코 마약조직의 돈세탁 통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마약조직 자금 수십억달러가 이 은행을 거쳐갔다는 것이다.


청문회 개최에 하루 앞서 제출된 보고서는 또 미국 규제 당국도 자국 내 HSBC 지사의 시스템 미비로 돈세탁이 차단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상원 청문회에서 공식 사과할 예정인 HSBC는 "죄송하며 우리의 실수들을 인정한다"면서 "과거 잘못된 일들은 철저하게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HSBC는 이어 "작년 관리 책임자를 교체했으며 돈세탁 방지를 위한 감시 규정을 강화했다"면서 "우리의 시스템이 불법적인 활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더 효과적이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미 법무부는 HSBC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세계 80개국에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HSBC의 작년 순이익은 168억달러에 달했으며 문제가 된 HSBC 미국 지사의 자산 규모는 대략 2천100억달러에 이른다.


미 상원 관계자는 "멕시코 마약조직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HSBC 미국 지사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면서 "HSBC 미국 지사는 검은돈이 안전하게 미국으로 들어와 여로 경로로 확산하는 출입구가 됐다"고 말했다.


돈세탁은 마약과 무기, 기타 불법적인 활동을 통해 이익을 취한 후 은행 계좌를 거치면서 합법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금융거래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