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초기 미국이 정확하게 측정해 제공한 오염지도를 주민 피난 등에 활용하지 않고 묵살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미국 에너지부는 작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인 3월 17∼19일 미군기를 이용해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상세히 측정한 오염지도를 일본 외무성을 통해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전달했다.
항공기 2대를 이용해 공중에서 측정한 이 전자 오염지도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45㎞의 방사성 물질 오염 상황이 정밀하게 담겨있다.
사고 원전의 북서 방향으로 방사선량이 높았고, 반경 30㎞ 밖의 나미에초(浪江町)와 이타테무라(飯館村)까지 시간당 방사선량이 125마이크로시버트가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8시간 노출되면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한도를 넘는 고농도 오염이다.
하지만, 문부과학성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 오염지도를 공개하지 않고 사장했다. 총리실과 원자력위원회에도 전달되지 않았다. 이 오염지도가 바로 공표됐다면 주민 피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원전 주변의 많은 주민이 이 정보를 몰라 피난지로 방사선량이 높은 원전의 북서쪽을 택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묵살하고 1개월여에 걸쳐 오염상황을 자체 확인한 뒤인 4월 22일에야 원전 반경 20㎞ 밖의 이타테무라 등 5개 시초손(한국의 시읍면동)을 '계획적피난구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을 피난시켰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제공한 오염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의 치명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이 제공한 오염지도를 공표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하지만 당시엔 이를 주민 피난에 활용한다는 발상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