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BS 방송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미 전역의 성인 976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보도한 전화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에 대한 지지율이 44%에 그쳤다. 1980년대 후반의 66%, 2000년 50%에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75%는 대법관의 판결에 개인적 또는 정치적 견해가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대법관 종신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종신제가 대법관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기 때문에 좋은 제도가 아니다"라는데 60%가 동의했다. 반면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대답은 33%에 그쳤다.


현재 미국인이 가장 관심을 갖고 기다리는 대법원 판결은 2010년의 보건법 개정안에 관한 것이다. 이르면 이달 중 발효될 개정안의 일부 또는 전체에 대해 무효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는 대답이 66%를 넘었다. 이 문제에서는 사법부를 신뢰하거나 불신하는 사람의 견해가 거의 일치했다. 이 신문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주요 기관과 특히 정부에 대한 믿음이 추락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지만, 일부 정치 편향적인 판결을 내놓은데 대한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0년 대선 결과를 놓고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벌인 법정공방에서 대법관 5:4의 의견으로 부시의 손을 들어줬는가 하면, 2010년에는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쓰는 광고와 홍보비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정치판결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미국에서 사법부에 대한 지지율은 의회는 항상 웃돌았지만 대통령보다는 하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의회에 대한 지지율은 15%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리 엡스타인 법학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세월과 무관하게 안정세를 보이고, 다른 기관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두가지의 일반적인 인식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싱턴의 무당파 법률 전문가인 비키 바르트렛은 "대법원 판결에는 항상 개인적 견해가 개입될 수 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철저하게 법률적인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