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만리장성의 '공식 길이'를 동서로 크게 늘린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만리장성이 가진 상징성을 활용해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내부적 안정을 다지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중국은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까지 불리는 비약적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주변부의 소수 민족 문제가 향후 나라의 통합, 나아가 흥망까지 좌우할 결정적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각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번에 만리장성이 뻗어나간 방향은 이런 중국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중국 학계에서조차 만리장성의 서쪽 끝은 간쑤성의 가욕관(嘉欲關), 동쪽 끝은 산해관(山海關)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던 것이 5일 국가문물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쪽으로는 신장위구르족자치구까지, 동쪽으로는 지린성, 헤이룽장성까지 연장됐다. 신장자치구는 이슬람 교도인 위구르인들이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곳으로 민족 간 폭력 사태와 각종 테러, 충돌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곳이다.
중국 당·정은 서쪽 변경인 신장자치구와 서남쪽 티베트자치구의 안정적 관리가 오늘날 다민족 국가로서의 중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관건이 되는 요소로 보고 있다.
당장의 민감성은 신장자치구나 티베트자치구 정도에 미치지 않지만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또한 중국 중앙정부가 봤을 때 장기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지역으로 구분된다.
고구려와 발해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곳은 역대로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경험이 중첩된 곳이라는 점에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서로 '역사상의 주인'임을 주장하면서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큰 지역이다.
특히 한반도 통일 이후 상황까지 고려해본다면 한국인과 혈연적, 정서적으로 가까운 조선족이 많이 산다는 점은 중국 중앙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따라서 이곳에 장차 한반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동북3성이 철저히 중국의 역사에 귀속되는 곳이라는 점을 역사적, 이론적으로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이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동북공정'을 통해 구체화됐다. 정식 이름이 '동북 변경 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일련의 연구 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인 동북공정은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이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3성에 대해 시행한 종합 연구 프로젝트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연구를 다수 수행했고 이는 점차 중국 역사의 '정설'로 수용되는 추세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국영 CC(중국중앙)TV는 작년 11∼12월 6부작 다큐멘터리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을 방영하면서 발해가 중국 동북지역에 살던 소수 민족인 말갈족이 세운 나라로 소개하고 백두산이 만주족 등 중국 소수민족의 영산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