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북한 로켓 발사의 완전한 실패가 새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10억달러 짜리 굴욕(humiliation)'을 안겨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 이번 실패는 김정은의 권력이 도전받을 첫번째 시험대인 동시에 그가 굴욕을 만회하려고 더욱 파괴적인 도발(3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정은은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최고 정치 지도자로서의 공식적인 등극을 자축하려고 실질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불꽃놀이'에 나섰지만 로켓은 아무런 피해 없이 서해로 곤두박질쳤다. 휴대전화가 100만대 이상 보급된 북한에서 이는 언제까지나 숨길 수도 없는 사안이었고, 북한 당국도 이같은 당혹스런 뉴스를 공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같은 패배를 자인한 것은 처음이다.


타임스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위해 4억달러의 발사대를 새로 만들었고 로켓 자체에 4억5천만달러가 투입됐으며, 미국의 식량원조 중단으로 2억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에 있어 더 큰 문제는 낡은 로켓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김정은의 운명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 실패는 이미 불확실성이 심각한 북한에 새로운 예측불가성을 더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누가 실제로 북한을 통치하는지 확실치 않다며 북한 내부의 권력구도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음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과 미국에서는 김정은과 북한의 군부가 로켓 실패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타임스는 밝혔다.


실제로 최근 위성사진에서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벤자민 로데스 미 국가안보자문위원은 13일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로 이동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과거에서 연쇄 도발을 감행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은 태평양 연안에 도달할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걱정에서는 일단 한 숨 돌리게 됐다. 그동안 북한이 5년 내에 ICBM을 개발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 실패롤 볼때 그보다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위안이 될 수는 없다는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같은 대남 도발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인식이다.


미국은 북한이 중국의 만류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김정은이 중국을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거나 아니면 그가 강경세력에 끌려다니기 때문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번째 경우라면 지구상에 더 이상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이 예전같이 않다고 실토한 바 있다.


둘째의 경우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여섯개의 핵무기와 함께 추가 핵무기를 만들 플루토늄을 보유한 북한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진다면 자칫 최악의 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정보 당국자는 "솔직히 말해 누가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집단통치 체제보다는 다소 불안정해도 김정은 1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상태가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식량원조를 대가로 비핵화 사전조치에 나서기로 합의한지 몇주만에 미사일을 쏘겠다고 발표한 것은 북한 내부에서 실제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성공하지도 못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무엇보다 시급한 영양원조를 받지 못하게 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온건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타임스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