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국회의원들은 국가에 봉사하려고 정치를 할까, 아니면 부유하게 살기 위해 의원이 됐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백서 한 권이 최근 발행됐다.


미국의 정치 감시단체인 `워싱턴에서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모임(CREW)'은 미 하원의원들의 선거운동 당시 지출내역과 선거사무소 회계자료, 친인척을 동원한 각종 로비활동 등을 상세히 분석한 346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9개월간의 자료 조사 끝에 나온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원 의원의 절반 이상이 이전 선거운동 당시 의원과 연계된 각종 방법을 동원해 자신 혹은 가족, 친인척들에게 봉급을 주거나 기타 금전적 혜택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에 열거된 예는 수백가지나 되지만 NYT는 이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소개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도 뛰고 있는 론 폴 텍사스주 의원은 선거운동 계좌에서 일가친척들에게 대거 월급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 딸은 물론이고 손자와 손녀, 사돈, 손녀사위까지 모두 해서 지급된 봉급이 30만 달러가 넘었다.


론 폴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뭔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보고서에 있다면 이는 대체로 근거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루벤 히노조사 의원도 종손녀 2명과 사위 한 명을 재선캠프에서 일을 시키면서 선거운동 자금으로 월급을 주었고 딸이 지자체 사무원에 지원하는데도 도움을 주었다. 또 그의 아내가 이사로 있는 한 병원에 정부 예산을 배정하는데도 힘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조 앤 에머슨 의원이 두 딸을 대기업의 로비스트로 일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하원 의원 44명은 친척을 로비스트나 정부 관련 업무를 하도록 했다.


이런 사례는 대부분 실정법이나 의원 윤리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며 실제로 대부분의 의원들이 선거운동 자금을 자신의 재선을 위해 쓰고 있다.


CREW의 멜라니 슬로안 소장은 이런 관행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항목의 경우는 의혹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마이클 버지스 의원은 개인용도로 보이는 의료전문인력사교모임 회원권을 갱신하는데 선거자금을 지출했다.


슬로안 소장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도덕적 차원에서 문제가 될만한 사례는 매우 많다"면서 "정치자금을 내는 사람들이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안다면 경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