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생명 주식 수백만주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맹희씨로 넘어가면 삼성에버랜드가 이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떠올라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그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바뀔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의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맹희씨는 14일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1억원을 지급하라는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도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이맹희씨는 소장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한 만큼 내 상속분에 맞게 주식을 넘겨 달라"고 밝혔다.


전체 소송가액이 7천억원을 웃돌지만 막대한 금액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천151만여주(지분율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작년 6월 말 기준)다.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삼성에버랜드는 3천868만여주(19.34%)를 갖고 있어 이 회장의 뒤를 이었다.


이 상황에서 만약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씨에게 주식 824만주(4.12%)를 넘기게 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뀐다. 삼성에버랜드는 자연스럽게 보험지주사가 된다.


금융지주회사법(제19조)에 따르면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천62만여주(7.21%)를 일부 매각해야 한다.

결국 현재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 수직적으로 연결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가운데 고리가 끊어지는 것이다. 그룹은 금융과 전자로 크게 나뉘게 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채이배 연구원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가 되고 삼성생명이 보험 자회사가 되는데, 보험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가질 수 없거나 갖더라도 5% 미만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지분구조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맹희 씨가 승소하더라도 삼성그룹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삼성에버랜드가 보험지주사로 바뀌는 것을 막을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지배구조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낮아지면 그룹 차원에서 삼성에버랜드 지분율을 똑같이 낮춰 이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소송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맹희 씨 외에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소송에 함께 가담할 경우다.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몫을 달라고 하면, 지분에 크게 변동이 생겨 지배구조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채 연구원은 "에버랜드의 지분을 이재용 사장이 사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주주의 지위를 이건희 회장이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금융지주사 문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이 문제제기를 해 각자의 몫을 달라고 한다면, 지분에 크게 변동이 생겨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