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한때 가장 유력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감으로 상종가를 쳤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경선을 중도에 포기하자 탄탄하던 주지사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2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000년부터 10년이 넘도록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다진 페리의 정치적 아성에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페리는 부주지사로 재임하던 지난 2000년 당시 조지 W 부시 주지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고 사임하면서 주지사 직을 물려받은 뒤 3선까지 내달려 텍사스주 사상 최장기간 주지사로 일하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막강한 정치적 네트워크를 앞세운 페리에게 감히 맞서는 정치인이 없었고 덕분에 텍사스주에서 페리는 '왕'처럼 군림했다.


그러나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페리가 허술하고 나약한 모습을 잇따라 노출하고 결국 무기력하게 경선을 중도 사퇴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월간 텍사스' 기자 재키 실버스테인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페리에게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우라가 있었지만 이제 그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페리에게 눌려 숨죽이고 있던 텍사스주 반(反) 페리 진영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인 페리의 약점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미 민주당 소속 주의원들은 곧 개원하는 회기에서 온건파 공화당 의원들과 연대해 주 정부 예산과 지출을 따질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페리가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보인 언행를 의회에서 물고 늘어질 계획도 세웠다.


텍사스주 공화당 인사들도 이제 페리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페리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제시해 텍사스주에서 적지 않은 라티노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다. 2014년 주지사 4선에 도전할 뜻이 있는 페리는 무난하게 공화당 공천을 받아 당선되리라는 기대를 해왔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텍사스주 공화당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어 '무적함대'로 여기던 페리의 정치력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지 않았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주지사 선거 때 페리 대신 그렉 애보트 검찰총장이나 데이비드 듀허스트 부주지사를 대안으로 검토할 때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때 '종신 주지사'도 가능하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탄탄하던 페리로서는 대통령 후보 경선 포기가 정치적 독약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