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주 드모인에서 10일 밤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는 예상대로 '깅리치 성토장'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내년 대선에 나설 공화당 주자를 고르는 내년 1월3일 첫 전당대회(코커스)가 열리는 지역에서 개최된데다 한때 관심을 모았던 허먼 케인이 성추문 파문으로 낙마한 뒤 처음으로 열려 관심을 끌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향해 경쟁자들은 동원할 수 있는 공격 소재는 모두 거론하며 협공에 나섰다. 세번의 결혼과 이혼과정, 특히 암투병중인 부인을 차버린 비정한 인물임을 부각시키는가 하면 부동산 대출업체로부터 받은 자문료 문제와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최근 문제의 발언 등이 이어졌다. 특히 깅리치와 함께 선두권을 이루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공세는 거셌다.
하지만 깅리치 전 의장은 상당한 준비를 했는지 다른 주자들의 공격에 맞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효과적으로 방어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롬니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과 깅리치를 '자질'면에서 비교해달라는 의도가 역력했다. 그는 "평생을 워싱턴 정치권에서 보내면서 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이제 우리는 워싱턴 밖에서, K스트리트(로비업계) 밖에서 인물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깅리치 전 의장을 '워싱턴 정치꾼'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깅리치는 "솔직해지자. 당신이 직업 정치인이 되지 못한 것은 1994년 에드워드 케네디한테 패배했기 때문이며, 그때 승리했다면 당신도 17년간 직업 정치인이 됐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론 폴 텍사스 하원의원은 깅리치를 향해 1999년부터 20008년까지 모기지 대출전문 금융사 프레디 맥으로부터 로비자금 160만달러를 받은 일을 거론하며 몰아세웠다. 그는 "당신은 납세자들의 돈을 받아 챙기는 등 일관된 보수주의 행보를 걷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깅리치는 "프레디 맥에는 전략적 조언을 했을 뿐이며 로비스트로 활동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과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 등도 깅리치가 과거 건강보험개혁과 관련해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건보 의무화'같은 주장을 편 적이 있다며 그의 '말바꾸기' 경력을 건드렸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다 잦은 말실수 등으로 중위권으로 밀려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건강보험 개혁 문제를 고리로 깅리치와 롬니를 싸잡아 비난했다.
페리는 또 "부인을 배반했다면 다른 사람들도 배반할 수 있는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암으로 투병 중인 부인을 상대로 이혼도장을 받아낸' 깅리치의 냉혈한적인 면모를 공격한 것이다. 깅리치는 "이미 신에게 용서를 빌었다"면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맞섰다.
깅리치가 지난 9일 언급했다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었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역사학자를 자임하는 깅리치는 "내가 말한 것은 사실이고 역사적 진실"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아이오와 코커스 이전 토론회는 마지막으로 오는 15일 아이오와주 시옥스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