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국제 학계가 무게를 재는 기본 단위인 '킬로그램(㎏)'의 정의를 바꾸기로 했다. 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21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린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120년 이상 킬로그램의 정의로 사용된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질량 원기)'를 폐지하고, 새로운 정의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인류가 근대에 도입한 길이나 시간 등의 기준은 이미 수차례 바뀌었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무게 기준마저 역사적 사명을 다한 셈이다.


질량 원기는 파리 근교 세브르의 국제도량형국(BIPM) 삼중 금고에 보관돼 있다. 백금(90%)과 이리듐(10%)을 섞어 만든 가로·세로 각 39㎜의 원기둥이다. 원래 1㎏은 '4℃의 물 1ℓ의 질량'이라고 정의했지만, 물의 밀도가 불안정하다는 점 때문에 1889년 미터 조약에서 1㎏에 해당하는 질량 원기를 정했다. 프랑스 이외의 나라들은 원기를 복제해 만든 부원기(副原器)로 ㎏을 측정했지만, 영국과 미국은 여전히 '파운드'를 쓰고 있다.


질량 원기를 바꾸기로 한 것은 무게가 1억분의 6 정도 변했기 때문이다. 원기를 닦거나 다른 부원기와 비교하는 동안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실생활에서는 차이가 없어도 극도의 정확도를 추구하는 현대 물리학에선 문제가 된다. 이에 따라 질량의 기준을 좀 더 안정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제시된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순도가 높은 1㎏짜리 실리콘 구를 만든 뒤 그 원자 수를 세어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자는 것이다. 실리콘은 반도체 재료로 연구가 진행됐고, 순수하고 큰 결정을 만들기 쉽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이 원자 수를 얼마나 정확히 셀 수 있을지 경쟁하고 있다.


둘째는 매우 정밀한 저울을 만들어 질량을 재자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이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질량 기준을 정하는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길이와 시간의 기준도 계속 변해왔다. 길이(1m)는 18세기 말 '지구 자오선 길이의 4천만분의 1'로 정의했지만, 1889년 1m를 정의하는 국제 미터 원기를 도입했다. 1960년에는 원자가 방출하는 빛의 파장을 사용해 정의했다가 1983년 광속에 근거한 새로운 정의를 도입했다.


시간(1초)의 정의는 18세기 말까지 '하루의 8만6천400분의1'이라고 했다가 1960년 '1년의 3천155만6천925.9747분의 1'이라고 변경했고, 현재는 전자파의 주기를 사용해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