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호 워런 버핏이 “나 같은 수퍼리치(거부)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라”고 자진증세 선언을 하자 이 갸륵한 요구가 지금 전세계의 부호들에게 파급되어 가히 워런 버핏 효과라 할만한 이상 현상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이에 제일 먼저 화답한 부자들이 프랑스 부호들로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 그룹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를 비롯한 16인 갑부가 더 많은 세금을 매길 것을 제안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이 청원서에는 “우리는 프랑스•유럽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며 “재정적자와 공공부채가 늘어나 프랑스와 유럽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 모두의 단결된 노력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국가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특별세로 3% 부자증세를 결정했다. 이들의 모범적 행동에 감격한 다수 프랑스 국민들은 정부의 긴축노력에 동의하고 있다 하니 마냥 부러운 이야기이다.

이 놀라운 선행은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벨기에로 독일로 전 유럽으로 확산될 전망이라 하니 어리벙벙한 일이다. 그러면 이들 수퍼리치들이 왜 갑자기 개과천선한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공멸의 위기감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만성적 청년폭동이 줄을 잇고 있으며 영국과 같은 치안 안전국가에서 미증유의 청년폭동이 대도시에서 일어나 공권력을 최대로 투입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른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라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치열했던 것으로 보아 능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는 사회의 지니지수가 맞아 떨어진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사회 환원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안은 가중될 것이고 그것이 폭동화되면 겁잡을 수 없이 파급될 것이다. 이런 위기속에서 한국에서도 얼마 전 정몽준 의원이 개인 돈으로 20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한후 한발늦게 그의 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5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하니 자못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가진자들의 탈세방법은 더욱 교묘해져서 세수전쟁(稅收戰爭)은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며, 고소득 연예인들의 세금 탈루가 심심치않게 보도되어 서민들에게 웃음은 커녕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자! 그러면 교회는 어떤가? 교회야 말로 자진해서 나눔의 실천을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일반 사회 기업들은 CSR이라 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하면서 노력을 하는 마당에 교회가 뒷짐 지고 있어서는 어떻게 될까? 때마침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정작 기부에는 인색했던 짠돌이 기업 '애플'이 마침내 회사 차원의 기부를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가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달리 스티브 잡스는 사실상 거의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은 이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운찬 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워렌 버핏의 기부행위를 이기적 이타주의라 평가절하했지만 소위 대교회 부자교회라 하면서 교회 공동체적 사명을 나 몰라라 한다면 이는 워런 버핏 효과를 충실하게 따르는 불신세계에 정죄를 받아 마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