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외교정책 경쟁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후보나 언론이나 온통 경제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외교가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지금껏 공화당 후보들이 제시한 외교공약이라 해봤자 대부분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일부는 실현 가능성조차 없는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다.


"멕시코 마약 갱단의 폭력사태가 심각해지면 미군을 보낼 수 있다"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공약이 그 중 압권이다.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파키스탄의 핵무기의 안전을 담보하는 방안으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권좌 복귀를 제안했다.


영국에서 망명 생활 중인 무샤라프가 정권을 되찾아 테러단체에 강력히 맞설 수 있도록 미국이 개입하자는 것이다.


이번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외교 정책이 이슈로 부각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CNN과 티파티가 공동 개최한 TV토론회에선 외교 문제가 끝에서 두 번째에 다뤄질 정도로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각 후보 참모진에게서도 외교통이라 할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입지가 흔들리긴 했지만, 여전히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페리 주지사부터 외교 참모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페리는 CNN 토론회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미군은 계속 주둔하되 "국가운영의 책임은 이제 아프간 사람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선 이미 지난 2004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처음 치러진 대선에서 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2009년 재선에 성공해 국정을 운영해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페리를 "아마도 외교정책에 있어선 가장 불투명한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지난 6일 경선 후보들 가운데 처음으로 외교·안보 참모진 명단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7일에는 '보수의 성지'라 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외교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사관생도들과 포즈를 취하는 이벤트도 했다.


그러나 참모진이 아프간 전쟁과 인권침해 등 대내외 강경 정책을 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져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퇴행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영장 없는 도청'을 주도한 마이클 헤이든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과 테러 용의자 고문 파문의 당사자인 코퍼 블랙 전 중앙정보국(CIA) 대테러센터 국장이 앞으로 롬니를 보좌할 인사들이다.


이번 인선은 보수 일변도인 후보들 가운데 그나마 온건파로 평가받는 롬니에 대한 중도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