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협정 체결 이후 4년3개월여를 끌며 지지부진하던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작업이 이행법안 제출과 함께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


백악관이 3일 한미 FTA 이행법안을 제출한 후 하원 세입위가 의사일정상 가장 빠른 날짜인 5일에 한미 FTA를 통과시키자 상원 재무위도 "오는 11일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상원 재무위가 11일로 심의 날짜를 잡은 것은 예상밖으로 빠른 것이다.


당초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나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장은 무역조정지원(TAA) 법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본회의(12일 예상)에서 통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상원에서 한미FTA 심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강력히 TAA를 추진한 반면 공화당, 특히 보수강경 티파티 의원들이 이를 반대해왔던 만큼 하원 통과 때까지 한미 FTA를 붙잡고 있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때문에 한미FTA와 `동시처리'하기로 합의된 TAA가 12일 하원 본회의에서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터라 상원 재무위는 아무리 빨라도 13일에나 한미 FTA 심의가 개시될 것이라는게 의회 분위기였다. 게다가 상원의 현안으로 중국 위안화 대응법안 심의가 부상한 점도 상원 재무위 한미 FTA 심의를 더디게 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이런 절차대로 의사일정이 진행될 경우 오는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미와 한미정상회담까지 한미 FTA의 하원통과는 확실시되지만, 상원 통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날 하원 세입위에서 한미FTA가 압도적으로 통과되면서부터 상원 분위기도 바뀌는 기운이 감지됐다. 민주당 리드 원내대표와 공화당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가 내주중 한미 FTA 표결을 마무리짓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리드 원내대표는 백악관이 이행법안을 제출한 지난 3일 "이달의 상원 마지막 회기일인 21일 이전까지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달중으로만 한미 FTA를 처리하겠다는 다소 여유를 두는 입장이었지만, 내주 처리쪽으로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데이비드 캠프 하원 세입위원장도 이날 한미 FTA 통과 이후 상원도 내주 이 대통령의 방문시점까지 절차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보커스 위원장은 이날 밤 상원 재무위의 한미 FTA 심의날짜를 11일로 잡았다고 공표했다. 이 과정에는 "이 대통령 국빈방문전까지 의회 절차가 마무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백악관의 강력한 주문도 의회 지도부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한미정상회담전까지 하원까지 통과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상원 통과까지 진행해 의회 절차를 모두 완료하는 것이 국빈맞이에 걸맞은 `선물'이라는 것이다.


한덕수 주미대사도 의회에서 주요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활동을 펼쳤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방미중 추진하고 있는 미 상·하원 합동연설 가능성도 보다 높아졌다.


외국정상의 의회연설 초청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한미 FTA가 상원까지 모두 통과한 후 이 대통령을 초청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