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130마리밖에 없는 서태평양 회색 고래의 서식처는 러시아 사할린 앞바다이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고래가 알라스카 곧 태평양의 북서쪽의 바다에서 발견되어 과학자들에게 큰 연구가 되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러시아 앞바다에서 석유개발이 활발하게 됨으로 인해 고래가 거기서 살지 못하고 하나 둘씩 그 곳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고래는 바다의 황제이다. 그런데 고래도 바다를 떠돌아다닐 정도의 형편이 되었으니 고래가 불쌍하게만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현대 대형교회를 공룡이라고 한다. 공룡이라고 하는데는 단지 크다는 말도 있지만 공룡이 살아있었던 시대에 가장 큰 지상의 동물이 지금은 생존하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미래적 안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기독교를 말하는 사람들은 대형교회를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말도 있듯이 큰집에서 큰 소리가 나고, 코끼리가 걸을 때 큰 땅의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바처럼 대형교회들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형교회가 두드러지게 거룩하고 선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괜히 키 큰 사람이 앞줄에 섰다고 이유없이 지휘관에게 얼차려 받는 식으로 눈에 띄게 되니까 문제가 더욱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작은 쥐는 자기 스스로 부끄러우면 작은 쥐구멍으로 숨어 버리면 된다. 하지만 큰 고래와 사자, 그리고 코끼리가 숨으면 어디를 숨겠는가? 설령 숨는다 하여도 보이기 마련이고, 가린다 하여도 다 보이게 마련이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말하면 고래국가이다. 제 3세계 국가들은 새우 국가들이다. 미국과 어깨를 같이하는 나라들은 선진 국가들이다. 때로는 선진국가들의 이익과 관계되는 일로 서로가 줄다리기를 할 때는 작은 국가들, 즉 새우국가(?)들은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소는 소의 힘을 써야 하고, 새는 새의 힘을 써야 하듯이 큰 교회들도 필요한 부분들이 많다. 그러다보면 고래교회들 때문에 작은 새우교회들이 버거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대형교회들이 이유 없는 비난을 받을 때가 많다.

나에게는 정말 사랑하는 형이 있다. 같은 목사이지만 한국에 계시면서도 동생의 목회를 늘 염려하고 기도해주고, 또 격려를 해 준다. 힘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더불어 정성스럽게 보내주시는 물건들을 볼 때마다 어려움 중에서 힘을 얻게 된다. 큰 형이 작은 동생을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로 외로운 땅 미국에서 그래도 버텨 나갈 수 있게 된다.

워싱턴지역 산하에 한인교회가 어림잡아 250개나 된다. 그 많은 교회 중에서 정말 크고 큰 고래 교회(이 기준은 주일 예배참석 인원이 많은 것을 기준함)를 손에 꼽을 만하다. 10개 손가락 정도로 꼽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중형, 그리고 소형 새우 교회들이 있다. 이 워싱턴 지역의 많은 교회들을 하나로 묶는 기관이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가 있다. 지금까지 36년의 역사를 가지고 꾸준히 워싱턴지역의 교회를 연합하고, 상호교류하며, 워싱턴지역의 복음전도를 위하여 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 가운데 고래교회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또 여러 교회들의 참여로 워싱턴 나름대로의 화목하고, 정겹고, 신사적인 영적 분위기를 세워 왔다.

최소한 이 곳 워싱턴지역에서 만큼만이라도 고래들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넓은 고래 등이 더 넓어져서 많은 새우들이 고래등에서 놀고, 자고, 쉬고, 그러면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아름다운 천국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 비난과 시기와 질투보다는 칭찬과 감사와 협력이 넘치는 푸른 초장 같은 워싱턴지역의 목장들이 되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