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지진 피해지역의 자살율이 급증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의 경우 지진 이후 자살률이 40퍼센트나 늘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자원 봉사자들도 부족한데다 정신과 상담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상 도움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오가와 씨는 17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소중한 것을 모두 잃어 괴로웠다.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산 지옥이었다"고 회상했다. 오가와 씨가 운영하던 호텔은 화재로 불탔고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사망한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어려웠지만, 자원봉사를 나온 한 정신과 의사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턱없이 부족한 피해현장에서 오가와 씨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또 피해지역에는 회복되지 않은 쇼핑센터의 물건을 훔치고, ATM을 부수는 등 약탈이 끊이지 않아 쓰나미 피해 당시 보여줬던 일본인의 시민 의식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아사히(朝日) 신문의 한 기자가 쓴 쓰나미 피해 현장 르포에는 "생필품 조차 구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일본 시민의 협동정신은 자취를 감췄다. 쇼핑센터 창문을 깨고 내부 물건을 약탈해 갔고, 사람들의 손에 의해 ATM은 부숴져 있다"고 전하며 "피해 지역 도로가 보수되고 조금씩 전기, 물이 돌아오고 있지만 가족과 일자리를 잃고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무리 원해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적었다. 이 기자는 "쓰나미 이후 구호물품이 도착할 때까지 부족한 음식을 나눠먹고, 가스가 공급되는 제한된 가구의 물을 함께 사용하던 일본 시민의식은, 회복되지 않은 시장 경제 속에 종적을 감췄다"고 안타까워 했다.
지진 발생 당시 미숙한 대응 탓에 '무능 정권'으로 낙인찍힌 간 나오토 내각은 짐을 쌌지만, 지난 수 개월 간 구호만 요란한 복구작업으로 복구에 큰 진척은 없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부족한 자원봉사자로 상담 조차 할 수 없는 유족 및 피해자들은 급변한 생활로 극도의 불안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신문에서 "일본의 원전 사고로 100만 명 이상 숨질 것"이라는 공포스런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