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강줄기와 숲 속 아래, 잠기인 호수
솟아 오른 직각의 산줄기 안개 숲
하얀 바탕에 양쪽 가는 빨간 깃의 오스트리아 깃발 함께
오색 길게 드리운 여러 각 나라 깃발이 얼굴 내밀고
옅은 구름 사이에서 나부껴 마주 친다

얼굴을 들자.
안개 속에 떠 있는 백옥의 성 白鳥
나무 숲 산길 언덕을 오르면
하이얗게 솟구친 城, 눈앞에 와 선다

루드비히 왕이 와그너를 너무나 아껴
음악에 빠져버려 지은 성채(城砦)
로엔그린 음악 안으로 잠기는데

산 속 높이 다리 아래로
전개되는 멀리, 호수가 트여
멈춰 서 버리고말고 싶어라

색깔 맞춰 골목을 돌아 선 상점들
정 깊은 마루방 가게 窓門에 비쳐 들어
눈가에 감도는 역사(歷史) 이야기에
치즈 와 커피향이 짙어
눈 저절로 감는다

마을을 뒤에 하고
차츰 멀리 뒤 돌아보니
구름과 안개 속에 잠겨가는
백조는 어디로 날라 사라져 갔는가
아름다운 성채(城砦)만
깊숙이 가슴 안에 남아 가라앉아 숨 쉬고

나는 까마득한 기억 속에 더듬는 꿈에서 깨어난다
세상 살아가는 소금 같은 내음에 시달렸던 몸일 테지만
그래, 안개 속에서, 네 몸 다시 고추 세우 거라


제네바를 돌아서 스위스의 산들은, 눈앞에서 하늘 향해 치솟은 절벽입니다.
산자락 아래마다 평화로운 들풀 숲속에 잔잔히 색깔을 맞춰 몇 채씩 펼쳐집니다.
곳곳에 잔잔한 호수가 갈 녹색 氷山 녹은 물을 출렁여서 굽이굽이 흐릅니다.
산길 좁은 하이왜이 때때로 강물 위의 아름다운 다리들을 건넙니다.
안개 가늘게 덮인 차가운 기운(氣韻) 마을 동네에 들어서자, 오색 아래로 길게 드리운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나라들 장대 깃발이 아침바람에 휘날립니다.
가파른 산 아래, 왜 색색 마을 상점들 마을 길 골목마다 치즈와 커피가 베인
은은한 향기가 코끝 아래서 감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인슈반슈타인 백조의 성 주인 <루트비히 2세>가 山勢의 精氣와 <와그너>의 음악
에 취해서, 고만 자신의 왕정정치활동에도 손을 놓아버리고, 자신의 아버지의 노란
색 성채(城砦) <구 백조의 성 호헨슈반가흐 성채>를 짓고는, 또 이 하얀 백조의 성채
를 건너 산자락 중턱에다가 높다라이 세워 놓습니다.
나 같은 世波에 시달려 온 나그네는 그림 속에서나, 아니 꿈속에서나마 그려 보았는가
말 가하는 이 오스트리아 공간 트인 향취(香臭)에 젖어, 인간사 日常을 잠시 내려놓고,
무한하신 신께서 간혹 씩 이 구석에 저 구석에 뿌려 놓으신 하늘 그림자를, 더듬어
살피면서 다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