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수술 후 10일째에 이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활동하는 데 불편이 거의 없다 할 수 있습니다만, 기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여 한 주간 더 쉬려 합니다. 또한 9월 11일부터 설교단에 복귀하려 했지만, 교우들께서 너무 염려하셔서, 24일로 복귀 날짜를 미루었습니다. 그것이 덜 걱정을 끼치는 일인 것 같았습니다.

지난 해 말, PSA(전립선 건강을 나타내주는 지수) 수치가 약간 높으니 안심하기 위해서 조직 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권고를 들을 때만 해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대체로 건강했기 때문입니다. 뭔가 의심되어 검사하면 항상 ‘정상입니다’라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직 검사 결과를 보러 갈 때도 그런 대답을 기대하고 갔고, 그랬기에 암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것이 ‘재앙처럼 보이는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번 수술 과정에서 더 분명하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암’이라는 제 육신의 가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하나님과 저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가 무엇 때문에 주님을 믿고 있으며, 믿는 자로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더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기도 시간에 가장 자주 고백했던 것이 바울 사도의 고백입니다. “나에게는, 사는 것이 그리스도이시니, 죽는 것도 유익합니다.”(빌 1:21)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목적이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데 있으므로, 죽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수 없이 고백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저의 삶도 그렇게 되기를 구했습니다.

둘째,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제가 교우들을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암 진단으로부터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는 지금까지 교우들께서 겪는 문제들의 조금씩 맛보았습니다.

암이라는 선고를 받을 때의 마음이 어떤지,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의 고민이 어떤지, 다른 사람들이 위로의 뜻으로 던지는 말을 들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불편과 고민이 어떤지, 수술을 앞 둔 심정이 어떤지, 수술 후의 회복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의 심정이 어떤지, 간호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떤지...... 다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 친척 중에 직장암 수술로 인해 20년 가까이 대변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분은 늘 맑고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십니다. 이번 기회에 그분을 아주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목사의 아픔은 성도의 유익이다.” 목사 편에서 듣기에는 잔인한 말인데, 실은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겪은 이 작은 아픔이 저로 하여금 주님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교우들의 아픔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이것을 ‘아픔’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저는 감사, 감사, 그리고 감사라는 말만 하고 삽니다. (2011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