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휴가 중입니다. 이번 휴가 동안에는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숙제 하나를 마치려 합니다. 지난 해 말에 저의 전립선(prostate)에서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전립선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주는 PSA 수치가 조금 높아서 조직 검사를 했더니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다행히, 초기여서 조금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기도와 운동과 식이 요법으로 관리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치료를 해야 했기에 이번에 휴가를 얻어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 동안 방사선 치료도 생각해 보았지만, 여러 가지 생각한 끝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화요일(23일)에 Washington Hospital Center에서 로봇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로봇 수술이 보험에 포함되지 않아서 매우 값비싼 수술인데,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 의사는 결과에 만족했고,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하루 만에 퇴원을 했고, 지금까지 회복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치료와 회복의 모든 단계가 당연하게 느껴졌었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단계를 거칠 때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치료는 사람이 하지만, 치유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수술 사실을 교우들에게 알릴까를 두고 고민을 좀 했습니다. 알리고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 도리이기는 하지만, 그리 심한 상태도 아니고 또한 괜한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것 같아서 그냥 휴가라고만 말씀 드렸습니다. 다만, 중보기도팀과 임원들에게는 알리고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이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경과가 순조롭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수술 받는 날, 오후 1시 반 경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그 때 마취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회복실 침대에 누워 흔들리는 천장을 바라보며, “저 천장이 무너지면 이대로 죽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진은 곧 멈추었고, 저는 다시 잠에 들었다가 일반 병실에서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병상에 누워 기도하는 가운데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와 찬양이 터져 나왔습니다. 만일 지진이 두 시간만 일찍 시작되었으면, 저는 수술대에 누워 꼼짝 없이 제 몸 속에 들어가 있던 로봇 칼에 의해 헤집어졌을 것입니다. 실로,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아침 병상에서 저는 저의 삶과 죽음을 모두 주님께 맡기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저는 오직 제게 생명이 주어져 있는 날 동안 주님을 위해 살아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싶었습니다. 저는 제가 받은 은혜에 대해 아무 자격이 없습니다. 이 모두가 주님의 값없는 은총이요, 교우님들의 사랑과 기도 덕분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진실로 감사드리고 또한 마음 깊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