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화하여 미국 시민이 되었다. 그때 선서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내가 소속했던 모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절대적으로 그리고 온전히 포기(abjure)하며…미국을 방어하기 위해서 무장할 것을 선서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abjure’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사전까지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뜻은 포기한 이상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었다. 만약 미국과 한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단연코 나는 미국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 미국시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선서를 하고 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국 시민이 아님이 확실하다. 지난 8일 신문을 읽다가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고수한다는 기사에 갑자기 미국 시민권을 반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이 축구경기를 해도 한국을 응원하고, 아직 미국 애국가는 첫가사 뿐이 못 외우고, 한국 애국가는 부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여 부르는 나에게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은 시민권을 잘못 준 것 같다. 내가 만약 미국 대통령이라면 나같은 사람에게 자유와 용맹의 나라(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brave) 시민권과 그 특혜를 주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나의 모습이 시민권 받았을 때 판사 앞에서 선서한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회개를 하고 다시 미국에 대한 충성을 다짐해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과 펠프스가 결승에서 붙는다면 나는 보나마나 박태환을 목이 터져라 응원할 것이 틀림이 없다.

사도바울은 우리 성도들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했다(빌 3:20). 우리는 분명 하늘나라에 귀화한 시민들이다. 그런데, 요즘 내모습이 미국 시민이면서 한국만 위하고 한국만 응원하는 모습 같아서 죄송하기 그지없다. 미국에게 미안하고, 하나님께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