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대통령이 되더라도 남편에게 순종적(submissive)일 수 있는가?" 2012년 미국 대선을 위한 공화당 경선 예비시험으로 통하는 '스트로폴'을 앞두고 지난 11일 아이오와주(州) 에임스에서 진행된 공화당 후보들의 2차 방송토론회에서 컬럼니스트인 바이런 요크는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성경 구절을 자세히 언급하면서였다. 잠시 뜸을 들이던 바크먼 의원은 남편과 자신이 다음달이면 결혼 33년을 맞이한다고 설명한 뒤 "우리에게 순종이란 서로에 대한 존경을 의미한다. 나는 남편을 존경하며, 남편도 아내로서 나를 존경한다"고 답했다. 같은 여성이지만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와 달리 지적인 면모를 과시해온 버크먼 의원의 '차분한 내공'이 잘 드러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이 대목을 관찰하면 미국 대선에서 종교가 얼마나 일상적인 문제로까지 부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바크먼 의원의 특수성이 작용했을 수 있다. 바크먼 의원은 보수적 유권자단체인 '티파티'의 하원 대표로 활동해온데다 기독교적 신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바크먼 의원은 종종 연설할 때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보수층을 파고들곤 했다.
바크먼 의원의 전략이 주효했는지 13일 공개된 스트로폴 결과, 그는 전체 투표수 1만6천892표 가운데 28.6%인 4천823표를 차지, 1위로 떠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3선 의원이지만 특별한 경력이 없는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성과다.
그동안 선두로 평가됐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후보명단에도 없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보다도 적은 567표를 얻은 것과 크게 비교된다. 물론 미 언론은 롬니가 이번 예비 투표를 위한 선거전에 참여하지 않아 큰 의미는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롬니 전 지사가 낙태 문제 등 주요 이슈에서 중도 성향을 보이는데다 몰몬교 신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루터교파인 바크먼의 정통 기독교 신앙이 묘하게 접목되는 것만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아예 노골적으로 기독교 편향을 과시하고 있는 페리 주지사까지 대선출마를 선언하자 마자 공화당 유권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바크먼 의원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페리 주지사는 지난주 휴스턴에서 2만여명의 기독도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The Response(응답)'이라는 주제로 대규모 기도회까지 열어 위기에 처한 현재의 미국을 구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 기도드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인물이다.
미 정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종교적 변수가 향후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인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미국 주류사회와의 연계고리가 아무래도 강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을 문제삼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부벨트에 포진한 백인 중산층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공화당이 더욱 이 부분을 파고 들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