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씨, 희망을 쏘아 올리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47)씨의 자서전입니다. 그녀의 키는 2m 5㎝. 대한민국 최장신 여성입니다. 1983년 국내 여자실업농구 점보시리즈에서 60득점 신기록으로 5관왕을 차지했고, 1984년 LA 올림픽에 참가해 한국 여자농구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농구스타로 명성을 얻었지만, 1987년 뇌종양으로 쓰러져 홀연히 은퇴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 오정동 8평짜리 단칸방에 살고 있습니다.

코트에서는 훨훨 날던 김영희선수였지만,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여성에게 사회는 냉정했습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 10년여 딸 병수발을 하던 어머니는 1998년에 뇌출혈로, 아버지는 2000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녀에게 거인병이라 불리는 말단비대증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까지 커져 목숨까지 위태롭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어두운 단칸방에 커튼을 내린 채 무작정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냥 죽겠다고 결심한 그녀를 병원과 거인증 재단이 끝없이 설득하며 치료비를 지원해줬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약도 못 쓰고 죽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세상의 도움으로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지 않는가. 받기만 하다가 죽으면 그게 사람인가….’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고 두려움 속에, 대문을 열고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뙤약볕 아래 깡 소주를 마시던 홀로 사는 노인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합니다. "으아, 크다.

자네 송아지 잡아먹었나?” 그녀는 구멍가게에서 안주를 사서 노인들을 대접했습니다. 닷새를 굶은 노인을 식당으로 데려가 밥을 대접했습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까 세상이 나한테 왔어요. 그날 이후 외로움과 두려움 대신 기쁨이 밀려왔다”고 그녀는 고백합니다. 그녀는 매월 연금 20만원 가운데 생활비 5만원만 빼고, 하루 한 끼 먹고, 난방도 없이 지내며, 나머지 돈으로 음식을 사서 동네 독거노인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노인들과 호박죽, 수제비를 만들어 함께 먹었습니다. “괴물 보듯 하던 이웃들이 가족처럼 가까워졌어요. 죽을 때까지 약과 주사에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마음만은 감사와 평화로 가득합니다.”

자신의 찬란한 부활기를 담은 그녀의 자서전은 꽁꽁 얼어붙은 경제 공황 세상에 아름다운 소망과 용기로, 사랑의 향기로, 삶의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그녀가, 이웃사랑의 실천을 통해 도리어 희망과 행복을 선물받았노라고 고백하는 내용을 읽을 때, 우리 마음에 따스한 사랑의 샘물이 솟아날 것입니다. 다음은 책 속의 내용입니다.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 속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돈이나 명예를 위한 일도 아닌 내 마음을 열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거인병 진단으로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말을 듣고 나는 죽음을 선택했다. 나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 본문 180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