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지휘자가 몇 명 있다. 카라얀, 마젤, 솔티, 무티, 라이너, 미첼, 번스타인, 메타등이다. 그 중에서도 번스타인이 최고다. 그런데 버금가게 좋아하는 지휘자가 메타와 바렌보임이다. 이들은 모두 유대인으로 메타는 인도태생이고 바렌보임은 알젠틴태생이다.

이들 지휘의 공통점은 카리스마와 겸양이 놀랍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카랴얀에게서는 찾아 볼수 없는 것이다.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은 원래는 피아노 연주자다. 에트빈 피셔에게 피아노를 배워 유럽 여러 도시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하여 호평을 받았고, 베토벤·모차르트·브람스·버르토크 등의 피아노 독주곡과 협주곡을 녹음하여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1967년 영국 런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지휘와 피아노를 병행하는 연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그의 출중한 연주실력과 지휘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음악세계가 강한 정치적 색채를 띄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지난 2005년 8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들로 구성된 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긴장이 흐르던 땅에 모차르트의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을 위한 협주교향곡'과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하였다. 이는 바렌보임의 음악적 정치성향을 세계에 선포한 대 이벤트였다.

바로 그가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임진각에서 ‘평화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연주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백만인이여, 서로 포옹하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그는 연미복을 입지않고 노타이로 지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피아노연주와 지휘를 병행하면서 열정적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동시에 전신으로 지휘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근자에 그의 고향인 브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하였다. 지금 알젠틴은 겨울철로 회색빛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한끗 움츠리고 다니고 있다. 상점들은 대부분 쇠창살로 무장하여 침입자들을 경계하고 있어 을씬년스럽기 그지없고 십년전에 방문때와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경제력은 잘난 용모의 스페인계통의 백인들을 더욱 음울하게 보이게 한다. 바렌보임이 이런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에바페론의 Don't Cry for Argentina!를 듣지 않았을까? 아니면 군부독제에 항의 하는 수요기도회의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들의 절규를 들었기에 오늘날 저토록 생명을 걸고 음악을 통한 평화의 사도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는 것은 아닐까? 여하튼 그의 임진각연주를 대환영하면서 멀리서라도 브라보!를 미리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