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저는 아침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깁니다. 그런데 커피 포트 바닥에 하얀 색, 석회가루가 가라앉아서 숫가락으로 긁어도 쉽게 벗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치아에 붙은 치석처럼, 석회가루도 단단히 밀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식초를 몇 방울 붓고, 펄펄 끓이면 잠시 후 석회가루가 말끔히 제거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이러한 것들이 달라붙어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속으로 ‘저 집사는 왜 저래?’라고 판단하는 자기 의가 마음 바닥에 붙어있기도 하고, “정말 같이 일 못하겠네”라는 불평의 말이 입에 달라붙어 있기도 하고,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지 않는다는 섭섭한 표정이 얼굴에 붙어있을 때가 있습니다.

겉모습은 예쁘고 깔끔한 커피 포트지만, 안에는 이물질이 조금씩 조끔씩 쌓여가듯, 우리 마음도 수시로 청소해주지 않으면, 불평과 독선과 섭섭함이 쌓여 은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마음의 뚜껑을 열고,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의 식초를 팍팍 뿌린 후, 성령의 뜨거운 불로 기도하면 제거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가만히 놔두면 잡초가 자라는 정원과 같아서 수시로 잡초를 뽑아주어야 합니다.

원치 않는 이물질이 안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지요. 누가 언제 갖다 붙였는지 모르지만 대문이나 벽에 보면, 광고용 상표가 붙어있어서 쉽게 떼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때는 새로 산 물건에 정가표가 본드처럼 달라붙어 있어서 떼어낸다고 했어도 그 흔적이 남아서 보기 흉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더운 물로 닦거나 솔로 문지르지만 그래도 쉽게 제거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이런 경우 신나나 아세톤으로 지울 수도 있지만, 유리컵에 붙은 상표는 헤어 드라이어로 10초 정도 뜨거운 공기를 쏘여주면 말끔하게 떼어진다고 합니다. 벽에 붙은 스티커도 헤어 드라이어로 바람을 쏘여주면 된다고 하네요.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이러한 것들이 달라붙어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한 마디 전해주고 간 말들이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상표자국처럼 우리 뇌리에 남아서 상상력까지 동원되어 미움이나 시기, 모함 등의 부정적인 가시 역할을 할 때가 있습니다. 화가 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나도 괜히 화가 납니다. 속상한 사람을 만나 한 시간 공감해주고 돌아오면, 내 속도 상해져 있음을 경험해 보셨나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해바라기같은 존재라서 해를 바라보면 해를 닮아갑니다.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을 찬양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님의 따뜻한 마음이 내 안에 전달되어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12:2)고 권면합니다.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과 십자가 용서의 바람은 헤어 드라이어보다 더 강한 능력이 있어서, 우리 마음에 붙어있던 부정적인 상표들을 떼어내 줄 것입니다. 만물보다 심히 부패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지만, 주님을 모신 마음은 아침마다 새롭고 늘 새롭습니다.


항상 기뻐하기로 결심하며, 이기범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