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아이튠즈 차트에 이변이 일어났다. 패션 워십리더 크리스 탐린의 워십음악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아이돌 팝스타 저스틴 비버, 제니퍼 로페즈 등을 제치고 4위를 기록한 것이다.

‘뮤직비디오’는 주로 오디오 음반의 발매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영상을 추가해 비디오 클립으로 제작되는 멀티미디어 유형으로 원래 단순한 음반의 홍보수단으로 출발했다. 대중음악가들은 뮤직비디오를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제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의 확대, 각종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을 통한 다매체화 등에 힘입어 뮤직비디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일반 대중문화계에서는 전문 뮤직비디오 제작자가 제작 기획 총괄을 담당하고 대자본이 투입돼,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도 제작되고 있다. 뮤직비디오만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은 뮤직비디오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아직 한국 CCM계에서 뮤직비디오를 적극 활용하는 풍토는 찾기 힘들다. 인터넷을 통한 영상 파급효과로 인해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컨텐츠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결과물은 제작비 부족으로 인해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천관웅 목사의 ‘하나님의 꿈’ 뮤직비디오 한 장면.

주로 앨범 홍보를 하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CCM사역자들이 부족한 제작비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고안해낸 자구책은 ‘메이킹 필름’(making film) 형식의 뮤직비디오다. ‘메이킹 필름’은 영화제작 뒷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엮은 필름을 말하는데 CCM사역자들은 자신의 음반 홍보를 위해 앨범제작과정 뒷이야기를 비롯한 간증, 해외 선교 현장, 공연 모습 등을 음악과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선보인다.

가끔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천관웅 목사는 ‘하나님의 꿈’이라는 앨범을 발표하며 메이킹필름 형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플랜 이규희 영상감독은 “대부분의 사역자들이 재정적 여건이 부족해 전문적인 영상제작을 하긴 어렵다”면서 “영상사역자에 대한 처우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전반적으로 기독교 음악영상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그는 “기독교방송사들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설교 위주의 방송에 치우쳐 있어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즐길 만한 기독교 영상 컨텐츠는 거의 없다”면서 “요즘 대부분 교회에서 방송장비나 시설은 잘 갖췄지만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지원이나 활용은 찾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교회에서 영상을 제작할 만한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최지영 감독(와이즈 라이트 필름)은 “기독교영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실제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 교회에 미디어팀이 있지만 그들이 만든 영상의 결과물들이 일반 세상문화 컨텐츠와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CCM 뮤직비디오’라는 이름을 걸긴 했지만 일반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 없다. 단지 주인공만 예수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 감독은 “뉴에이지 뮤직비디오는 몽환적이고 판타지 느낌이 나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 CCM 뮤직비디오도 시각적 화려함만 쫓는 일반 대중문화의 뮤직비디오 스타일을 답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치유하는 영상’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비디오클립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기독교방송문화원 이성철 원장은 “중대형 교회에서 영상 사용은 보편화됐지만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무단 편집하는 경우도 있어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합법적인 영상 사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교회 내 미디어 전문가가 있더라도 교회 내 행사 위주로 영상을 제작하는데, 이런 차원을 벗어나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외부에 오픈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