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40 대 남성입니다. 어느 날 한국에서 어렸을 때 아내와 한 동네에서 살던 아내의 친구가 찾아 왔습니다. 그 사람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저희 집에 방에 비어 있어서 당분간 기거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민 사회가 외로운지라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좋았고, 대화도 그런대로 잘 되었습니다.

저는 나가서 일을 해야 하고, 아내는 이런저런 일로 그 남자 친구를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운전 중에 우연치 않게 아내와 그 남자가 함께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불쾌한 감정이 들었고,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데 트집을 잡게 되고, 자연히 우리 부부는 싸움이 잦아졌습니다. 옛날에 농담으로 말하던 이야기들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모든 것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머리를 흔들고 정돈을 해 보려고 해도, 겉잡을 수 없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내 머리 속은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아내는 저를 피하여 잠간 밖에 나가 있습니다. 가정을 회복해야 되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요?


A: 이민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때 아닌 손님들을 많이 맞이하게 됩니다. 여행 차 오시는 분들은 기쁜 마음으로 친구도 만날 겸 설레는 마음으로 오지만, 이 곳에서 맞이하는 가정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됩니다. 한국의 정서적인 면을 그대로 생각하시고, 여행객들은 방문하지만, 이 곳에 계신 분들은 하루하루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짜여진 삶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이런저런 사정을 쏟아 놓을 수도 없고, 그 손님은 힘든 이민 생활 속에 큰 짐으로 차지하게 됩니다.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여 대접하고 일을 도와 드립니다. 저희들도 한번 손님을 치루고 나면 크레딧 카드에 싸여가는 빚 때문에 아찔하고 휘청합니다.

선생님 댁에 기거했던 친구 분께서는, 여행자로서는 꽤 긴 시간을 이 곳에서 계셨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정도는 시간을 내어 같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직장에 나가고 보니 아내가 그 분을 도와 드린 것 같습니다. 아내는 섭섭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 했을 것입니다. 그런 아내를 볼 때, 남편인 나에게 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도 느꼈을 것입니다. 내가 요구할 때는 하나도 변하지 않더니, 저 남자 친구 앞에서는 ‘얼씨구 잘하네’ 하셨겠지요. 운전 중에 아내와 다른 남자가 나란히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 얼마나 가슴이 철렁 하셨겠어요? 남자 자존심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아내에게 얘기 할 수도 없고, 괜히 트집잡아 싸움을 걸곤 하셨겠지요.

그러나, 경험하신 것과 같이 그래서는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습니다. 아내가 밖에 나갔다고 하셨는데, 찾아 가십시오. 정중한 언어와 태도로 아내와 이 문제를 의논하십시오. 당신이 그랬을 때, 내 마음이 어떠어떠 했노라고… 당신이 그 친구와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아주 불안했었노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십시오.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 남자 친구와 선생님의 부부가 함께 시간을 내어 의논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이민 사회 현실을 솔직하게 말씀 드리고, 힘들게 사는 이민 생활 속에 장기간 손님은 우리에게 버거운 짐이 된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 때문에 남편인 나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정확하게 전해 드리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시며, 더 이 곳에 계시기 원하시면 기거할 다른 곳을 찾기를 부탁하십시오.

이민 사회에서는 부부 관계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합니다. 조금 소홀히 여겼다가 얼마나 많은 가정이 낭패를 보고 어려운 경우를 당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일로 헤어지기까지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부부 관계에 있어서 조금도 틈을 두지 말고 서로가 해바라기처럼 바라 보아야 합니다. 그럴 때, 가정은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틈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우리들의 가정을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