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을 후원하는 한인사회 봉사조직 ‘워싱턴 운영위원회’의 배인덕 초대 위원장이 5년 반의 봉사를 마치고 물러난다. 영악하고 끈질긴 ‘진돗개’가 별명일 만큼 엄청난 열심과 헌신으로 ‘하나님의 선한 일’에 열정을 다하며 봉사하는 사람의 진정한 자세를 보여줬던 배 위원장. 그는 “그동안 후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한인들과 한인교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정중히 드리고 싶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배 위원장이 취임할 당시 월드비전은 국제 기독교 구호기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는 생소했던 게 사실. 우연한 기회에 월드비전이 배 위원장에게 소개된 뒤 그의 삶도 바뀌었고 미주 한인사회 후원문화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2005년 11월 배 위원장은 시카고 등 타 지역에서 참여한 그룹과 함께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가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로 ‘비전 트립’을 떠났다. 열흘 남짓한 여행이었지만 그에게 다가온 충격은 매우 컸다. 배 위원장은 “호기심에 떠난 여행이었는데 많이 놀랐고 많이 울었다”며 “그 이후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하루 1달러라는 돈이 가난한 마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월드비전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들을 하고 있는지 직접 목격했고 배웠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말도 감히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비전 트립에서 돌아와 운영위원장이 되면서 한 번 책임을 맡으면 끝장을 보는 성격은 진가를 발휘했다. 과거 세탁협회장을 하면서 모 방송과 추수감사절 터키 모으기 캠페인을 할 때도 실력을 보여준 바가 있었다.

월드비전 동부 책임자와 교회를 돌며 ‘주일예배대행진’ 캠페인을 통해 후원자를 모았고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이 오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왔다. 업소를 돌며 후원자를 받는 지구촌생명지킴이 캠페인, 운영위원회 감사의 밤 등등 그가 손을 대면 확실한 결과들이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뜻하지 않은 내부적 어려움으로 소강 상태였던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모은 3,000여명의 후원자는 월드비전이 워싱턴 한인사회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다.

배 위원장은 “처음에는 열심 하나만으로 일을 했는데 이젠 기도와 사랑을 보탤 줄 아는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섬김도 세련되게 할 수 있음을 터득했다는 뜻이다. “영원한 월드비전 가족이 됐다”고 말하는 배 위원장은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은 후 8-9명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왜 월드비전 후원자가 돼야 하는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나왔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지금 안하면 안 됩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면 그건 죄악이에요. 나에게 1달러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가난한 그들에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전부입니다. 모든 희망이 1달러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후원해야 합니다.”

운영위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고문을 맡아 지금껏 축적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임무를 맡게 된 그는 “많은 교회들이 적극 도와주었지만 의외로 폐쇄적인 교회도 있어 아쉬웠다”며 “교회 정책에 상관 없이 성도들에게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는 기회를 주는 열린 분위기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운영위원장은 김원기 목사(휄로쉽교회)로 내정됐다.

문의 : 917-284-3579(김윤정 동부 디렉터)

<워싱턴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