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underschönen Monat Mai”으로 시작하는 슈만의 가곡 ‘아름다운 5월은’ 하이네의 연작시 「시인의 사랑」 중 첫 단락이다. 2소절로 된 이 아름다운 곡은 5월의 신부가 될 이들은 필히 들어야 할 가곡이다.

“오월에 꽃이 피어나듯 내 마음엔 사랑이 싹트네. 오월에 새가 노래하듯 난 나의 동경과 열망을 그녀에게 고백했네.” 5월의 아름다움이 간결함으로 묻어난다. 그런데 사실은 계속되는 열 다섯 개 단락의 詩語들을 충분히 음미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5월이 어떻게 오는 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째 단락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내 눈물로 꽃들은 피어나고 내 탄식은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된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꽃을 드리리다 그리하여 당신의 창에서 나이팅게일이 노래하리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하이네가 독일 문학의 또 다른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서정 시인이 되었다는 것만큼 미스테리는 없을 것이다.

그는 숙부의 딸들을 연모한 조숙한 아이로서, 헤겔의 철학에 빠지는가 하면 마르크스와 교분을 도탑게 한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로서 당시 독일 정부의 사찰대상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술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시어들이 샘물처럼 솟아 났던 것이다.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 슈만이다.

슈만은 시인의 사랑중 첫 소절을 아름다운 5월로 승화시켜 노래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의 연인 클라라를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맞춤형 戀歌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5월생이다. 예순 네 번의 5월을 맞으면서 지각이 든 이후의 5월은 단지 生月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내 마음을 하이네나 슈만처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계절인 까닭이다.

나는 밥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 점심을 굶어 가며 모은 돈으로 책을 사던가 아니면 화원에서 아름다운 꽃들에 취해 덜컥 薔薇盆을 사기 일쑤였다. 수없이 이사를 다녔지만 그 어떤 집에서든 가을엔 수선이나 튜립구근을 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내 마음엔 아름다운 5월을 마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뜨락 가득 다투어 피어난 5月 花에 찬탄의 시선들이 머문다. 내 작은 서재 창 밖으로 연분홍 철쭉들이 석양 빛을 받으면서 한들 거린다.

이제부터는 갖가지 장미들이 피어 날 것이다. 하이네나 슈만은 “장미와 백합, 비둘기와 태양. 나는 한 때 그들을 사랑했지만, 이젠 나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네. 작고 아름답고 순결하고 하나뿐인 나의 기쁨. 그녀는 장미와 백합, 비둘기와 태양.“이라고 장미 태양 비둘기를 결국 연인을 돋보이기 위해 戀詩化했지만 내 나이쯤 되면 이름다운 5월은 꽃과 태양과 지저귀는 새들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심미안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