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에서 ‘일개 집사가…’ 라는 표현이 등장한 걸 신문에서 봤다. 목사들조차 집사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고 졸병처럼 보는, 직분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김동호 목사)
일부에서 ‘계급제’처럼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집사·장로 등의 직제를 놓고 바른교회아카데미(이사장 정주채 목사)에서 1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은 지난 1월 가졌던 세미나 등 연구결과를 이형기 연구위원장(장신대 명예교수)이 발표하고, 이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목사의 전문성을 강조하다 견제장치가 없어 독재로 빠지고, 당회와 제직회 등 민주주의를 강조하다 전문성을 잃고 동력을 상실하는” 딜레마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어졌다. 김동호 목사는 이를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로 비유하면서 “목회자가 독재나 전횡에 빠질 경우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만, 브레이크를 걸다가 액셀러레이터를 떼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며 “오늘 무슨 답을 내자는 게 아니라, 여론을 만들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특유의 문화가 한몫을 담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기 교수는 “직제를 계급적으로 인식하는 풍토는 한국교회만의 특징”이라며 “출세나 입신양명 같은 유교의 문화가 남아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교회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지만, 그러면서도 불리하게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재판을 청구하는 일”이라며 “이 땅에 ‘민주주의’를 들여온 장본인이 바로 교회인데 우리가 이를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권위주의 때문에 일어난 게 종교개혁이고 바로 우리 개신교”라며 “그러한데도 개교회에서는 오히려 수직적이고 위계적으로 가고 있다”고도 했다.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도 “위계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둘을 혼동하고 있다”며 “직분을 신분으로 착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거들었다.
‘직분’은 ‘신분’ 아닌 사도들로부터 이어져온 사역
이들은 ‘우리의 제안’을 통해 직제가 ‘신분(person)’이 아니라 ‘사역(ministry)’ 혹은 ‘직무(office)’를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것임을 명심하고, 장로와 집사(권사) 등이 치리·행정과 함께 목양과 사랑·긍휼의 사역에 힘쓰는 등 본연의 직무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목회자) 개인의 임의적 결정보다 집단적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집단지도 원리)을, 상황에 따라 결정과 행동하기보다 이미 합의되고 세워진 규범에 따른 행동과 결정(법치주의)을 한다는 두 원리를 굳건히 붙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회나 운영위원회 등 교회 내 대의기구들이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참다운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각종 의사결정에서 소외돼 있는 여성과 젊은이, 사회적 소수자들도 교회 결정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장로의 목양적 사명을 강화하는 ‘시무윤번제’를 제안했다. 장로들이 2-3년간 당회원으로 사역한 후 1-2년간은 당회에 참여하지 않은 채 목양에 초점을 두는 지도자로 사역하고, 다시 당회에 들어가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이들은 “현재 한국 장로교회 현실에서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당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시무윤번제가 현재 상황에서 당회를 대의기구로 만들 하나의 제도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교단 헌법에서 이러한 대의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이 원칙을 실천할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로의 목양사역 참여를 실시하고 있는 정주채 목사는 ‘목양장로’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다들 직장에서 오후 늦게 돌아오는데 목양까지 하시게 하니 힘들어하더라”는 체험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일이 직제 개선의 출발점이라고도 했다.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는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임할 때까지 성령의 역사에 힘입어 설교, 세례와 성만찬, 선교와 복음전도 등 사도적 직무(the apostolate)를 수행해야 하는데, 사도적 복음을 바르게 설교하고 성례전을 바르게 집례하는 교회가 바른 교회라는 것이다.
김동호 목사는 “국가 경영의 기본 원칙이 바로 삼권분립이듯, 교회도 당회는 정책을 결정하고 제직회는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이원화 구조로 가야 한다”며 “목회자는 이를 감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권한을 남용한다고 빼앗을 게 아니라 권한을 잘 나누고 견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 하면 또 비난받을지 모르지만”이라고 전제한 김 목사는 “가장 합리적 조직이라 늘 회사를 모델로 삼는데, 목사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 전문경영인(CEO)과 같다”며 “믿고 맡기되, 회사의 이사회처럼 권한과 역할을 구별하고 인정하면서 지나치지 않게 견제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 목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암암리에 많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목사·장로들의 임기제나 자발적인 정년 65세 조기 은퇴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교회 때문에 직분이 있는 건데, 직분 때문에 교회가 존재하는 것처럼 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 ‘계급제’처럼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집사·장로 등의 직제를 놓고 바른교회아카데미(이사장 정주채 목사)에서 1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은 지난 1월 가졌던 세미나 등 연구결과를 이형기 연구위원장(장신대 명예교수)이 발표하고, 이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목사의 전문성을 강조하다 견제장치가 없어 독재로 빠지고, 당회와 제직회 등 민주주의를 강조하다 전문성을 잃고 동력을 상실하는” 딜레마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어졌다. 김동호 목사는 이를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로 비유하면서 “목회자가 독재나 전횡에 빠질 경우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만, 브레이크를 걸다가 액셀러레이터를 떼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며 “오늘 무슨 답을 내자는 게 아니라, 여론을 만들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특유의 문화가 한몫을 담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기 교수는 “직제를 계급적으로 인식하는 풍토는 한국교회만의 특징”이라며 “출세나 입신양명 같은 유교의 문화가 남아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교회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지만, 그러면서도 불리하게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재판을 청구하는 일”이라며 “이 땅에 ‘민주주의’를 들여온 장본인이 바로 교회인데 우리가 이를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권위주의 때문에 일어난 게 종교개혁이고 바로 우리 개신교”라며 “그러한데도 개교회에서는 오히려 수직적이고 위계적으로 가고 있다”고도 했다.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도 “위계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둘을 혼동하고 있다”며 “직분을 신분으로 착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거들었다.
‘직분’은 ‘신분’ 아닌 사도들로부터 이어져온 사역
▲왼쪽부터 김동호 목사, 정주채 목사, 이형기 교수, 서원모 교수, 조성돈 교수, 조석민 교수. ⓒ이대웅 기자 |
이들은 ‘우리의 제안’을 통해 직제가 ‘신분(person)’이 아니라 ‘사역(ministry)’ 혹은 ‘직무(office)’를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것임을 명심하고, 장로와 집사(권사) 등이 치리·행정과 함께 목양과 사랑·긍휼의 사역에 힘쓰는 등 본연의 직무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목회자) 개인의 임의적 결정보다 집단적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집단지도 원리)을, 상황에 따라 결정과 행동하기보다 이미 합의되고 세워진 규범에 따른 행동과 결정(법치주의)을 한다는 두 원리를 굳건히 붙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회나 운영위원회 등 교회 내 대의기구들이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참다운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각종 의사결정에서 소외돼 있는 여성과 젊은이, 사회적 소수자들도 교회 결정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장로의 목양적 사명을 강화하는 ‘시무윤번제’를 제안했다. 장로들이 2-3년간 당회원으로 사역한 후 1-2년간은 당회에 참여하지 않은 채 목양에 초점을 두는 지도자로 사역하고, 다시 당회에 들어가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이들은 “현재 한국 장로교회 현실에서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당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시무윤번제가 현재 상황에서 당회를 대의기구로 만들 하나의 제도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교단 헌법에서 이러한 대의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이 원칙을 실천할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로의 목양사역 참여를 실시하고 있는 정주채 목사는 ‘목양장로’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다들 직장에서 오후 늦게 돌아오는데 목양까지 하시게 하니 힘들어하더라”는 체험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일이 직제 개선의 출발점이라고도 했다. 하나님 나라를 대망하는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임할 때까지 성령의 역사에 힘입어 설교, 세례와 성만찬, 선교와 복음전도 등 사도적 직무(the apostolate)를 수행해야 하는데, 사도적 복음을 바르게 설교하고 성례전을 바르게 집례하는 교회가 바른 교회라는 것이다.
김동호 목사는 “국가 경영의 기본 원칙이 바로 삼권분립이듯, 교회도 당회는 정책을 결정하고 제직회는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이원화 구조로 가야 한다”며 “목회자는 이를 감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권한을 남용한다고 빼앗을 게 아니라 권한을 잘 나누고 견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 하면 또 비난받을지 모르지만”이라고 전제한 김 목사는 “가장 합리적 조직이라 늘 회사를 모델로 삼는데, 목사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 전문경영인(CEO)과 같다”며 “믿고 맡기되, 회사의 이사회처럼 권한과 역할을 구별하고 인정하면서 지나치지 않게 견제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 목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암암리에 많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목사·장로들의 임기제나 자발적인 정년 65세 조기 은퇴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교회 때문에 직분이 있는 건데, 직분 때문에 교회가 존재하는 것처럼 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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