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 주 토요일인 5월 21일에 세상의 끝이 올까?

수 개월 전부터 미국은 물론, 남미, 중국 등 전 세계에 2011년 5월 21일이 종말의 날이라고 주장해 온 해롤드 캠핑(Harold Camping, 88) 패밀리 라디오 대표의 예언에 대해 미국 내 저명한 신학자들은 ‘성경에 어긋난 잘못된 가르침’이라면서, ‘기독교 역사에는 다수의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존재했으며, 그들의 예언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해롤드 캠핑 씨는 지난 1994년 9월 6일에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불과 몇 주 전에는 애틀랜타 지역 한인 일간지에 ‘심판의 날’에 관한 전면광고가 나오면서 한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캠핑은 창세기 7장 4절의 ‘지금부터 칠 일이면…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 버리리라’는 구절에, 베드로후서 3장 8절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구절, 그리고 창세기 7장 10-11절 ‘이월 곧 그 달 십칠 일이라’는 구절을 사용한다. 우선 주께는 하루가 천 년과 같으니 7일을 7천 년으로 계산하고, 노아시대 홍수가 일어났다고 알려진 BC 4990년에 7천 년을 더하면 AD 2011년이 된다. 4990 + 2011 -1(달력에는 0년이 없기 때문에 1을 빼야 한다고 주장)=7000. 여기에 성경 달력으로 이월 십칠 일은 5월 21일이기 때문에 바로 2011년 5월 21일이 종말의 날이라는 것이다.

크리스천포스트(CP)는 뉴욕 시내 곳곳에 설치된 ‘해롤드 캠핑의 5월 21일 지구 최후의 날’에 대한 광고와 포스터를 제공한 인물이 캠핑의 열렬한 추종자인 올해 60세, 로버트 피츠패트릭 씨라고 보도했다. 피츠패트릭 씨는 스탠튼 아일랜드의 은퇴한 교통 근로자로 전 재산인 14만 불을 ‘최후의 날’을 홍보하는데 쏟아 붓고 있다.

그는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오고 있는지 경고해주려고 합니다. (종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에게 경고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라고 뉴욕 데일리 뉴스에 밝혔다.

비단 피츠패트릭 씨뿐만이 아니다. 젊은 이들 가운데도 캠핑의 예언에 근거해 다른 이들에게 종말의 날을 알리고자 자신의 통장 잔고를 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중 하나인 올해 27세, 애드리네 말틴즈 씨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의 종말이 언제인지 알게 된다면 당신의 모든 계획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캠핑의 주장에 심취해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둔 남편 조엘과 함께 뉴욕을 떠나 올랜도로 이주했다. 이 둘은 집을 임대해 살고 있으며, 그간 모아둔 재산을 5월 21일 전에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엘은 (종말이 오면) 다만 일 불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끼지 않고 쓰고 있다고 했다.

해롤드 캠핑의 종말 예언에 대해 다수의 크리스천 리더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그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경고하고 있다.

먼저 애틀랜타한인교회협의회 회장 김영환 목사는 “종말에 대해서는 성경에 오직 하나님 아버지만 안다고 하셨다. 어떠한 경우라도 시와 때를 지정해 종말이 올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시대가 어렵고 혼란스러우면 사람들이 이런 주장에 미혹되기 마련이다”라고 반박했다.

김 목사는 “우리가 이단이라고 하는 것은 주로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그 이외에는 대부분 ‘종말론’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다. 성경을 말씀대로 믿지 않고 인간의 이성으로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해석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목회자들이 교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정확히 가르치고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교회협의회에서 이에 관련해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남부침례교단신학대학원 알버트 몰러 총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기독교 교회에는 이전에도 이런 잘못된 가르침들이 있었다”고 캠핑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윌리엄 밀러와 그의 어드벤티스트 추종자들(일명 밀러리즘)은 1844년 3월 21일에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것이라고 믿었다. 1970년대 인기 있던 기독교 설교자들과 작가들도 제각기 다양한 날짜에 그리스도가 재림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하나도 맞지 않았다. 이런 모든 주장과 예언들은 크리스천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기 충분하다”고 적었다.

이어 몰러 씨는 “우리가 성경에서 찾아서 해독해야 할 숨겨진 코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크리스천들이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역사 가운데 그 때가 언제라고 선을 긋거나 날짜를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는 과거 밀러의 추종자들처럼 지붕에 앉아 (휴거를) 기다리지 않지만,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것을 수행하느냐고 바쁘다”고 말하면서,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린다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권면했다.

캘리포니아 소재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총장이자 교회역사학 교수인 W. 로버트 갓프레이 교수는 학교 블로그에서 ‘진리의 용맹한 전사가, 캠핑의 예언을 꿰 뚫어 보고 있다’고 적었다.

“캠핑의 가르침이 이단적이라는 것을 최근 전 세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그가 온라인 상에 공개한 ‘심판의 날’에 관한 가르침은 여덟 페이지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가장 슬프고 개탄할 만한 것은 그 가르침 어디에도 ‘그리스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잘 살펴보면 ‘그리스도의 재림’이 아닌 ‘심판의 날’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있다. 캠핑의 경고와 회개로의 부르심을 볼 때 ‘그리스도’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은 딱 한 번이다.”

칼 토마스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캠핑에 대해 언급하면서 “마태복음 24장에 예언된 내용들이 이뤄져야 마지막이 오는데 아직 그런 현상들이 없다. 나는 5월 21일이 종말의 날이라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장본인인 해롤드 캠핑 씨는 최근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1994년 예언은 수학적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틀렸지만, 그의 저서 <1994?>에서 뒤에 물음표를 붙인 것도 그 당시에 성경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종말이 올 것이다. 이것을 위해 1994년부터 지금까지 준비해 왔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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